
‘공간의 미학’ 볼보 XC40 vs ‘공간보단 멋’ 벤츠 GLA
[김종훈의 이성과 감성 사이] 수입 고급 콤팩트 SUV 시장은 경쟁자가 많다. 경쟁 모델은 물론 더 큰 SUV와 싸워야 한다. 국내 중형 SUV는 물론, 바로 위급 수입 SUV와도 경쟁해야 한다. 더 싸고 큰 SUV, 가격 비슷하면서도 큰 수입 SUV. 선택하기까지 수많은 저울질을 거쳐야 한다. 한국에서 콤팩트라는 단어를 쓰는 자동차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다. 이왕이면 더 큰 걸 원하니까. 진리처럼 통용되지만, 언제나 그럴까? 조금씩 달라진다.
사회가 변하면 소비 흐름도 달라진다. 한국 역시 점점 가족 단위가 잘게 쪼개지는 추세다. 무작정 큰 자동차가 필요 없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취향도 더욱 분명해졌다. 이왕이면 더 큰 걸 좋아하는 마음 사이로 새로운 가치도 비집고 들어온다. 딱 필요한 크기지만 보다 고급스러운 것을 선호하는 마음. 질보다 양이라는 통념보다 양보다 질이라는 생각.

새 흐름은 환경이 변해야 속도를 높인다. 소유욕을 자극하는 제품이 등장해야 질을 따질 계기가 생기는 셈이다. 수입 고급 콤팩트 SUV 시장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침체됐다. 선수가 빠지거나 신선도가 떨어졌다. 그러던 찰나, 볼보가 XC40을 출시했다. 볼보는 최근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세대교체 이후로 가장 회자되는 브랜드다. 그만큼 변화가 극적이다. 반응 역시 극적이다. 없던 관심도 생길 분위기를 조성했다.

◆ 공간을 재구성해 배려한, 볼보 XC40
XC40은 볼보의 상승세를 등에 업었다. 계속 이어가고 널리 퍼뜨릴 임무도 맡았다. 시기가 적절하다. 새로운 볼보는 XC90부터 시작됐다. 하나의 선포였다. XC60은 그 선포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했다. 반향이 컸다. XC40은 XC60의 주목도가 낮아지기 전에 다시 자극했다. 기간 두고 시리즈 내놓는 마블 스튜디오 영화처럼 화제를 이어나간다.
시리즈 영화는 각 편마다 볼거리가 조금씩 달라진다. XC40 역시 볼보의 큰 줄기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XC40이 준비한 이야기는 콤팩트 SUV다운 재치다. 보통 콤팩트 SUV는 공간을 덜 얘기한다. 아무래도 취약할 수밖에 없는 요소니까. 반면 XC40은 공간을 전면에 내세운다. 공간 중에서도 수납공간.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발상의 묘를 발휘한다. 볼보의 정신적 기둥인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도 연결돼 있다.

XC40의 장점은 장식을 배제한 간결함과 인체공학적 효율이다. 작은 방 꾸미듯 XC40 실내를 빚었다. 운전자 손에 닿는 각 부분에 합당한 수납공간을 배치했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 지점에 있다. 도어 트림과 바닥에 붙인 부직포는 실내 카펫처럼 분위기도 바꾼다. 고급스런 재질로 치장한 건 아니다. 하지만 발상이 참신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콤팩트 SUV라서 더 소중하다. 게다가 새 시대 볼보의 세련된 디자인도 여전하다. 해서 오래 두고 쓰면 좋겠다는 계산이 발동한다. 감성으로 다가온 부분이 이성까지 자극한달까.

◆ 공간보다 멋을 추구한, 메르세데스-벤츠 GLA
현재 XC40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GLA다. 폭스바겐 티구안을 얘기하지만, 조금 다른 영역에 머문다. GLA는 콤팩트 SUV의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운다. 공간은, 슬쩍 봐도 한참 후 순위로 밀린다. 밀려도 상관없다. GLA는 크로스오버 형태 SUV만의 매끈함으로 승부하니까. 새 시대 벤츠의 디자인 역시 주목받고 회자되기에 충분하다. SUV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아니, SUV라서 더욱 도드라진다. 그 중에서도 GLA는 형태마저 신선하다. 다분히 감성적으로 끌어들인다. 오히려 작아서, 특이해서 그리고 벤츠라서.

GLA는 첫 등장 후 부분 변경 모델이 나왔다. 전조등과 그릴 장식이 달라진 정도다. 실내가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뀌었더라면 완벽했을 게다. 아쉽게도 실내는 과거 벤츠의 고루함이 다소 남아 있다. 반짝거리는 루키인 XC40의 등장에 위축될 수도 있다. 하지만 GLA는 SUV답지 않은 SUV라서 나름대로 영역을 고수한다. 나온 지 좀 됐어도 거리에서 보면 여전히 신선한 이유다. 보통 이런 형태에 매료되는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감성의 힘이다.
XC40이 등장하며 콤팩트 SUV, 그 중에서도 수입 고급 콤팩트 SUV 시장이 흥미로워졌다. 시간이 지나면 무대에서 내려온 다른 경쟁자도 복귀할 테다. 그 안에서 각 모델별로 이성과 감성이 저울질을 시작할 거다. 그때까지 XC40과 GLA가 얼마나 점유율을 차지하려나.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김종훈 칼럼니스트 : 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남자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것들에 관해 글을 써왔다. 남자와 문화라는 관점으로 자동차를 다각도로 바라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