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와 쿠페의 결합을 보는 두 가지 시선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지난달 초 아우디가 쿠페형 SUV인 Q8을 공개했다. Q2부터 Q7까지, 그동안 의미 있는 SUV 진용을 구축하고 있기는 했지만 경쟁 브랜드들이 쿠페형 SUV로 재미를 보는 것을 아우디는 지켜만 봐야 했다. 하지만 Q8 통해 BMW X6, 메르세데스 GLE 쿠페 등과 이제는 본격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며칠 후, 또 다른 유럽 브랜드인 르노가 다음 달 말에 열릴 모스크바모터쇼에서 공개할 자동차 티저 이미지 한 장을 공개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소형(B세그먼트) SUV 캡처의 쿠페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르노 측은 이 차가 C세그먼트, 그러니까 준중형 크로스오버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콤팩트 SUV는 러시아 공장에서 만들어지며 판매 역시 러시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르노는 아직까지 이 SUV에 대해 직접 쿠페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 않지만 위장막을 쓴 모습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쿠페형 SUV가 영락없다.



◆ 계속될 쿠페형 SUV 출시

포르쉐도 여기에 발을 담근다. 예전부터 이야기돼 오던 카이엔 쿠페가 2019년 공개를 목표로 한창 도로 등에서 테스트 중이다. 같은 플랫폼을 쓰고 있는 아우디가 Q8을 내놓았으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랜드로버의 경우 이미 올해 초 제네바모터쇼에서 레인저로버 SV 쿠페라는 3도어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랜드로버의 이런 시도는 이미 2011년부터 있었다. 이보크 3도어가 그것으로, 쿠페라는 이름만 붙이지 않았을 뿐 이보크 역시 낮고 기울어진 지붕 형태의 쿠페형 SUV의 맥을 잇고 있다.

마세라티가 내놓은 르반떼 역시 브랜드 특성이 고려된 쿠페형 SUV이며, 람보르기니 우루스는 쿠페 SUV임을 아주 명확히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독일 자동차 전문지들은 폭스바겐 티구안의 쿠페형 모델인 ‘티구안 CC’가 올해 공개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SUV와 쿠페의 조합은 주로 유럽 제조사들이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더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쿠페형 SUV를 내놓을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쿠페형 SUV 출시 소식도 지금보다 더 자주 듣게 될 전망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새로운 장르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좋은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경쟁에 뛰어들 명분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마냥 곱게만 보는 것은 아니다.

◆ 비판적 시각 : SUV와 쿠페는 형용모순?

우선 쿠페형 SUV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쿠페와 SUV의 결합은 마치 날카로운 방패, 똑똑한 바보와 같은 상반된 어휘를 결합한 ‘형용모순’과 같은 것이라고 일갈한다. 쿠페는 본래 2도어의 스포티한 주행을 위한 자동차를 의미하는데 어떻게 공간 활용 등의 실용성, 그리고 레저 활동에 적합한 ‘무겁고 덩치 큰’ SUV와 결합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첫 쿠페형 SUV라 할 수 있는 X6가 처음 등장했던 2008년, 독일은 물론 곳곳에서 이런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4도어 쿠페의 문을 연 벤츠 CLS의 등장 때보다 더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X6는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의 자동차 매체들이 선정하는 못생긴 차 순위에 툭하면 오르는 등,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X6가 판매량을 늘려가자 관망하던 다른 회사들도 하나둘 쿠페형 SUV를 내놓기 시작했다.



◆ 긍정적 시각 : 차의 개념은 변하는 것

SUV와 쿠페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들도 있다. SUV라는 것 자체가 이미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형태의 자동차가 되어버린 요즘, 굳이 교과서적으로 쿠페의 의미를 해석해 SUV와 쿠페의 만남을 인상 찡그리며 바라볼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실용성도 못 잡고, 그렇다고 주행성능이 탁월하지도 않은 것이 SUV 쿠페라는 비판에는 SUV가 주는 개방감, 그리고 쿠페가 주는 세련된 스타일의 결합이 좋아서 선택했다며 대응하기도 했다. 선택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쿠페형 SUV의 등장을 반겨야 한다고도 했다.



◆ 쿠페 중독, 싫든 좋든 계속될 듯

이처럼 쿠페형 SUV에 대한 찬반론이 팽팽하지만 어쨌든 자동차 회사들은 계속해서 SUV 쿠페를 내놓고 있다. SUV뿐만 아니다. 이미 세단부터 시작해 쿠페에 중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요즘 자동차 회사들은 낮고 경사진 지붕의 형태에 몰입돼 있다. 앞으로도 한동안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SUV 역시 이 흐름에 충실히 동참할 것이다.

쿠페형 SUV는 제조사의 얄팍한 상술의 결과물이라는 비판은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는 듯하다. 반대로 선택의 다양성, 새로운 장르의 출현을 반기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렇기에...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와 <핀카스토리>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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