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컴패스, 잘 생긴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나타났다

“컴패스는, 지프가 해석한 도심형 나침반은 눈비 내릴 때 잠시 방향을 잃었을 때, 든든하게 당신의 목적지까지 안내할 방향타다.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지프 컴패스 미디어 발표회장을 코앞에 두고 헤매기 시작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한 나머지 방향감각을 잃었던 것. 컴패스(나침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행사 전 받았던 티셔츠에 적혀 있던 ‘Are you lost?’ 문구가 떠올랐다. 지프가 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컴패스라는 이름을 쓴 것일까? 10분을 우왕좌왕 한 뒤에야 겨우 주인공을 찾을 수 있었다. ‘어반 어드벤처 비클’ 지프 컴패스.



한여름 녹음이 풍성한 야외에는 컴패스가 당당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와우! 디자인 싹 바뀌었는데?”

모던한 분위기의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 컴패스를 찾아온 도시의 모험가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고, 곧 활기 넘친 도심 속 어드벤처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바뀌었다. 다양한 디자인 스케치를 통해 제작과정을 알 수 있는 디자인 존도 2층에 마련해 놓았다.



컴패스 타깃층은, ‘쿨’한 성격에 모험을 즐기면서도 스타일링까지 챙기는 30~40대. 이를 위해 지프는 컴패스에 어울리는 도시 모험가들을 초청했다. 자신들의 취향과 딱 맞아떨어지는 듯, 그들은 어반 어드벤처 존을 찾아 다양한 활동을 즐기기도 했다. 패러글라이딩을 재현한 VR 체험이 인기가 높았고 크로마키를 써서 멋진 사진을 남겼으며 짐볼, 파운딩 샌드백, 점핏 트램펄린, 펀치볼 등 어반 어드벤처 존에서 다양한 레포츠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지프는 실제 주행코스도 준비했다. 당연히 컴패스의 주행성능을 직접 경험해보라는 뜻. 고속화도로와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누비는 일상적 주행이 하나, 그리고 야외에 제작한 특설링에서 지프 고유의 오프로드 성능을 맛보는 게임이 또 다른 하나다.



컴패스 파워트레인은, 175마력 2.4리터 4기통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이를 지프만의 네바퀴굴림 시스템과 맞물렸다. 꽤 오래 숙성되어 검증받은 유닛이다. 속도를 높였는데도 불안하지 않다. 자연흡기엔진이기에 큰 펀치력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외로 잘 달렸다. 특히 9단으로 촘촘하게 쪼갠 변속기가 인상적이다. 기민한 변속 대신 매끈함을 추구하며 도심에서 마음 편하게 즐기라는 지프식 해석. 연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실용적인 세팅이다. 문득, 10년 전 1세대 컴패스의 무단변속기가 떠오른다. 이번 2세대는 정말 일취월장이다.



고개를 돌리자 곡률이 뛰어난 사이드미러가 눈에 들어온다. 바깥 부분을 둥글려 사각지대를 잡았다. 상당히 세련된 디자인으로 풀어낸 솜씨다. 내비게이션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동했고, 리미티드 모델에는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기본이었다. 개인적으로 8.4인치 디스플레이 패널과 9스피커와 서브우퍼를 갖춘 알파인 사운드 시스템, 크루즈컨트롤, 모니터링 시스템이 빠지고 7인치 디스플레이 패널과 6스피커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론지튜드 모델의 ‘가성비’에 한층 끌렸다. 기본형인 론지튜드(3천990만 원)에도 어지간한 옵션이 들어갔고, 고급형 리미티드(4천340만 원)는 앞서 말한 옵션에 투톤 지붕으로 꾸민 모델이다. 출시기념 200대 한정 프로모션을 실시, 각가 3천680만 원, 3천980만 원에 손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스티어링 휠 감각이 마음에 든다. 탄력 넘친 데다가, 반응이 즉각적이다. 국내 몇몇 SUV의 조작감에 질색했던 터라 반갑기 그지없다. 차고가 높은 차를 탈수록 스티어링 감각만큼은 빼어나야 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전륜구동의 감각이다. 뒷바퀴를 굴리면서 앞쪽으로 동력을 보내는 감성이 아니다. “정말 철저하게 도심주행을 염두에 둔 걸까? 편안하고 조용하고 나긋나긋한데, 이게 지프인가?”라고 중얼거리는 와중에 고속으로 내달리고 산비탈을 오르내리고 중저속으로 돌아오는 일련의 과정으로 시승회가 끝났다면 평가 역시 밋밋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프로드 특설링에서의 2라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샌드, 모글 구간을 시작으로 사면 경사로를 넘었다. 도심형 앞바퀴굴림 SUV도 갈 수 있는 구간이지만 샌드 모드로 돌리자 각 바퀴의 슬립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게 느껴진다. 상품기획자에 따르면 머드 모드에서는 상황에 따라 뒷바퀴로 100% 토크를 보내 탈출할 수 있다고. “시시하다”고 웅얼거리는 순간, 특수제작 구름다리를 만났다. 좌우 노면 마찰계수를 다르게 설계했고 오른쪽에는 롤러까지 달아 인위적인 슬립을 유도했다. 네바퀴굴림의 움직임을 제대로 느껴보라고 만든 코스였다. 램프 정상에 이를 때는 보닛은커녕 하늘만 보이지만 차체 끝을 가늠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프로드에 특화된 오랜 차체 설계 실력에서 비롯된 결과다. 펜더를 세우고 범퍼를 살짝 둥글린 그랜드 체로키 스타일의 디자인이 아주 기능적이었다.



모글 따위는 쓱 지나가지만 차 너비 한계 탓에 피칭이 조금 느껴진다. 그런데 묘한 건 앞좌석은 별 영향이 없었고 뒷좌석 승객 고개가 좌우로 까딱이며 흔들린다. 이미 지프에 푹 빠진 터라 “아, 그러게 오프로드에서는 몸에 힘을 빼라니까?”라고 웅얼거리긴 했지만 말이다. 실제 일반도로를 달릴 때 피칭이 완벽하게 제어되었기에 울퉁불퉁한 산길을 달릴 때는 유의해야 하겠다. 많은 차가 여러 번 오르내려 골이 푹 파인 언덕구간 정상에서 하체가 땅에 닿는 소리를 냈다. 잠시 움찔. 이내 가속페달을 밟는다. 적어도 지프라면 차체가 땅에 닿았을 때 손상을 입을 차는 아니라는 확신 때문이다. 코드네임 YJ 시절부터 랭글러만 여러 대 탔던 내 경험에서 비롯된, 지프라는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고, 믿음은 오늘 시승한 컴패스까지 이어진다.



이 차는 컴패스다. 지프 가문의 직계자손이다. 물론, 본격적인 험로 탈출을 목적으로 태어난 건 아니지만 컴패스는, 지프가 해석한 도심형 나침반은 악천후 때 안전한 귀가를 돕는 방향타다. 그것도 아주 확실한 방향타!

자동차 칼럼니스트 최민관

[사진=류장헌, FCA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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