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와 자동차 시트디자인

[송인호의 디자인 돋보기] 자동차를 구매 할 때 소비자가 고려하는 요인들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자동차의 가격과 성능, 품질, 편의장비 그리고 디자인 등 여러 요인들이 있을 것이고 실제로 딜러샵에서 마음에 드는 신차의 운전석에 앉아 스티어링 휠을 잡아보고 이것저것 조작도 해 보고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중 시트가 제공하는 착좌감과 편안함 그리고 디자인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구매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도 그럴 것이 운전을 할 때 실질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승차감은 상당히 중요한데 시트는 차와 운전자 그리고 승객을 연결해 주는 메신저로서 편안함을 제공하고 이는 장거리 운전에서는 피로도와 결부되어 결국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역사와 함께 해온 시트는 인체공학을 바탕으로 발전되어 왔으며 IT기술의 확산과 다양한 소재의 개발로 그 진화를 거듭해 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 자율주행차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차량의 내부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그 중에서도 시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이미 레벨 3 수준의 양산차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는데 보다 편안함과 안전성 그리고 새로운 소재를 적용한 시트들이 자율주행과 IT기술을 입고 자동차 시트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 자율주행시대의 시트

미래 자율주행차의 인테리어는 지금과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회전형 시트, 윈드쉴드에 투영되는 영화와 SNS, 이들은 모두 자율주행시대를 위해 자동차와 IT 회사, 디자인 학교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미래상이다. 자율주행시대에서 인테리어 공간의 변화는 지금과는 다를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이유이다. 자동차 실내의 쓰임새가 이동 중에 잠시 또는 장기간 머무르는 수동적인 공간에서 탈피하여 이동하는 사무실로 그리고 집안의 거실대용으로 또는 휴식을 취하거나 대화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삶의 공간으로 그 사용가치가 확대된 다는 의미이다.

특히나 구글, 우버 등 신생 자동차 서비스회사들에게는 미래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컨텐츠의 연구가 필수적일 것이다. 실제로 개발을 진행 중인 여러 사례들이 있겠지만 디자이너들은 그보다 앞서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이 펼쳐내게 될 새로운 비전을 펼쳐보이고 있다. 개인적인 공간을 지향하고 그 공간이 결국은 스마트 모빌리티가 되어 이를 통해 각종 정보를 제공받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스마트 폰이 된다는 것이다. 그럼 이런 새로운 실내 환경에서 승객은 어떻게 앉아있고 어떻게 정보를 제공받을 것인가? 운전대가 사라진 실내공간에서의 시트의 배치와 역할은 또 어떻게 바뀔 것인가?



글로벌 시트개발 업체인 에이디언트가 지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AI-18은 이런 실내의 변화를 중심으로 새롭게 디자인 된 시트 콘셉트다. 이 최첨단 컨셉트는 운전자 없는 차량에 모듈화 된 시트로 제작되어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운전자와 탑승객은 그들이 원하는 목적에 따라 라운지, 커뮤니케이션, 카고, 가족, 베이비 플러스의 5가지 모드로 설정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더 안전하고 덜 스트레스 받으며 목적지에 도달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시트의 개념을 일등석 항공좌석 같은 안락하고 완전한 휴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테이블이나 무선 랜 연결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한 실내공간의 활용도를 최적화 하고 있는데 뒷좌석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어 많은 양의 짐도 소화 할 수 있으며 유모차나 레저기기의 수납을 용이 하게 한다. 특히 승객의 혈압과 심장박동 등을 감지하는 센서가 부착되어 있고 편안한 마사지 기능을 더하여 스트레스 없는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기능 및 기타 차량 설정은 팔걸이에 내장 된 지능형 컨트롤 패널을 통해 제어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진 완전히 모듈화 된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은 마이크로 자동차에서 MPV, 소형 버스까지 다양한 차량에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 또한 자동차 안전시스템 개발사인 오토리브(Autoliv) 사와의 협업을 통해 시트에 부착된 에어백을 장착해 자율주행차의 독립적인 시트에 적용될 만한 안전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포레시아의 액티브 웰니스 버전 2.0콘셉트는 비접촉식 센서. 적외선 카메라, 그리고 블루투스를 시트에 장착하고 있는데 운전자의 육체적 정신적 데이터를 수집하여 시트와 콕핏의 환경을 상황에 맞게 조절한다. 승객의 신체치수와 형상을 감지하고 최적화 된 자세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생물측정학이나 생체신호에 의해 운전자가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와 졸림 현상을 파악할 수 있어 최적의 환경을 운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운전 시 위험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액티브 웰니스에는 마사지 기능과 온도 조절기능이 있는데 이런 기능 또한 운전자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고 위험으로부터 예방할 수 있다. 사실 이런 마사지 기능은 프리미엄 차에 이미 제공되고 있는 기능인데 시트 개발업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지 럭셔리 시장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메모리 기능, 통풍 시트, 시트 마사지, 시트 리클라이닝 허리와 대퇴부의 지원 등의 기능을 통합하여 자동차 전 좌석의 기능을 재정의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기업들도 저마다의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는데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미 선보인 바 있는 회전형 시트와 BMW가 제시한 거실형 벤치 시트 역시 자율주행시대를 위한 새로운 시트의 제안사례이다. 회전형 시트의 경우는 사실 부정적인 견해도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기차를 탈 때 순방향을 선호하는 것과 같은 이유인데 특히 장거리운전의 경우는 아무래도 그 영향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벤치형 시트는 과거로부터 온 오래된 형식이긴 하지만 공유차량의 경우에 그 효율성이 클 것이다.



이와 함께 변화가 필요한 시트의 특징들은 소재에서도 나타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프리미엄 시트의 소재는 가죽일 것이다. 그러나 공공재로서의 자율주행차일 경우에는 이런 관리가 어려운 소재에는 그 한계성이 있으며 이를 위해 새로운 소재의 발굴이 필요 할 지도 모른다. 특히 각 시장의 특성에 맞는 모듈화 된 혹은 커스터마이징이 용이한 시트커버의 개발 등도 지속적인 관리를 위한 고려의 대상일 것이다.

이런 변화들은 당분간 디자이너들에게 기존의 획일화 된 시트 프레임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발산할 수 있는 핫 한 아이템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시트 디자이너를 위해.시트의 레이아웃 즉 시트시스템이 이런 식으로 다변화 될 때 고려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다. 이를테면 시트가 회전하거나 앞뒤 좌우로 움직일 때 기존의 차체와 연결된 시트벨트는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 것인가, 라는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트자체의 아키텍쳐에 시트벨트를 적용하는 방법을 일부에서 제시하고 있는데 움직임에서 자유로운 반면 사고 시 시트자체만으로 승객을 보호 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결국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자율주행, 공유차량 등 새로운 자동차 패러다임에 따른 인테리어의 변화는 필수적인 운송수단의 혁신이 틀림없다. 아울러 그에 수반되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개선하려는 노력 절실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송인호

송인호 칼럼니스트 : 현대·기아차와 미국 GM에서 18년간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대표작으로는 오피러스, K7을 비롯 쉐보레 볼트, 캐딜락 ELR 등이 있다.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의 주임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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