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브랜드 책임자가 FCA 새 수장이 됐다는 건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지난주에 이어 FCA, 즉 피아트 크라이슬러 그룹에 대한 글을 또 쓰게 되었습니다. 두 주 연속 FCA의 신모델을 만나면서 희망을 보았고, 경영진의 급작스러운 변동에서 일말의 불안감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FCA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새롭게 출시된 지프 컴패스는 SUV스러움이 잘 담겨 있는 크로스오버 SUV여서 흡족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에 출시될 또 하나의 지프 브랜드 모델을 미리 경험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역시 ‘지프 다움’을 고스란히 지키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자세가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 모델과 함께 새롭게 선보일 엔진은 이것 만으로도 커다란 히트를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듯 FCA의 새 모델들이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델들이 FCA를 지탱하고 있고 SUV가 대세인 지금과 앞으로도 더 중요할 브랜드인 지프의 모델들이라는 점이 더욱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고객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자기 브랜드 색깔이 잘 담겨 있으면서도 시장의 트렌드를 잘 반영한 제품인데다가 새로운 엔진에는 미래를 향한 가장 현실적인 기술 가운데 하나인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까지 잘 담겨져 있었습니다. 강한 브랜드인 지프를 갖고 있지만 다소 철 지난 컨셉트와 기술이 대부분이었고 다른 브랜드들은 그나마도 제 구실을 잘 하지 못하는 FCA의 현실에 돌파구가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건강 상의 이유로 퇴임한 마르키온네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했습니다. 후임 회장은 지프 브랜드의 총 책임자였던 마이크 맨리로 결정되었습니다. 계획에 따른 경영진 교체가 아니라서 불안한 것을 사실이지만 그나마 FCA의 핵심인 지프와 램 브랜드의 책임자로서 탄탄한 입지를 갖고 있는 그가 후임 회장이 된 것은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행스러운 상황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는 공학 배경을 바탕으로 MBA 학위를 가진 사람입니다. 즉, 단순한 빈 카운터(bean counter)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저는 개인적으로 좀 더 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마르키온네 회장이 최근 몇 해 동안 생산해 냈던 FCA 매각 협상 뉴스는 이제는 조금 다른 방향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최근 FCA 발 매각 뉴스에 등장했던 현대차그룹을 떠올려 봅니다. 제품력과 기술력은 현대차그룹이 FCA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FCA가 브랜드에서는 분명 강하지만 제품 라인업에서는 현대차가 더 우월한 부분도 있습니다. 전기차 등의 미래차 기술에서는 FCA를 앞서고 있습니다. 신형 랭글러의 주요 모듈들을 현대 모비스가 공급할 정도로 기술적 영향력도 높습니다. 재정 상태도 FCA보다 훨씬 안정적입니다.

현대차는 좀 더 유연하고 자신감을 가지기만 하면 됩니다. 이미 상당한 실력을 갖추었으므로 좀 더 확실한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저작권자 © 오토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