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 느껴도 좋은 소형차, 피아트 500C vs 벤츠 CLA

[김종훈의 이성과 감성 사이] 작지만 특색 있는 자동차가 드물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에는 드물다. 작아서 더 개성을 드러내기 좋은데도, 현실은 다르다. 작은 차에 굳이 특색 있는 요소까지 바라지 않는다. 작으면 단지 효율성을 우선한다. 매력 운운할 여지가 없다. 각양각색 경차가 포진한 일본과 전혀 다르다. 다채로운 소형차가 발이 되어주는 유럽과도 다르다. 한국은 자동차를 바라보는 성향이 다르다. 해서 시장이 형성되기도 힘들다. 받아들여야 하는 한계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아예 없진 않다. 개성 강한 소형차의 대명사인 미니 브랜드가 있다. 전 모델이 각각 개성으로 빚었다. 애초 태생이 그런 쪽에 특화된 브랜드니 한국에선 귀할 존재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브랜드 자체가 취한 전략이 아니라 개별 모델로 따지면 개체 수가 희박하다. 고르고 골라 두 차종이 떠오른다. 피아트 500C와 메르세데스-벤츠 CLA. 둘의 연결고리를 찾긴 힘들다. 하지만 소형차인데도 독특한 요소나 개념을 적용한 점은 비슷하다.



◆ 소형 컨버터블의 실속형, 피아트 500C

피아트 500C는 유럽의 낭만이 담뿍 담긴 자동차다. 작은 차체는 이탈리아의 좁은 골목을 활보하기에 쾌적하다. 고전적 디자인은 유럽 고풍스런 건물들 사이에서 조형물처럼 스며든다. 실용적이면서도 멋을 놓치지 않았다. 방점은 캔버스로 만든 지붕이다. 양옆 기둥은 남겨두고 딱 지붕만 열린다. 지붕을 수납하지 않고 접어놓아 트렁크 공간도 손해 보지 않는다. 역시 즐거움과 실용성 둘 다 챙겼다. 흔한 형태가 아니라서 희소성도 크다.



500C를 타면 누구든 남다른 감흥을 느낀다. 좋든 싫든 생경한 공간과 환경에 기분이 환기된다. 어떤 이벤트라도 겪는 듯한 비일상적 시간. 일반적인 자동차를 타는 기분과는 분명 다르다. 소형차인데다 독특한 요소까지 곁들여진 결과다. 단지 작다는 데 머무는 수준이 아닌, 작은 차체의 매력을 증폭한다. 물론 500이 옛 모델을 현대에 부활시킨 특별한 모델이라는 이유도 작용한다. 그럼에도 캔버스톱이라는 요소가 없었다면 결이 꽤 달라졌을 게다. 500C는 특별한 요소를 더한 소형차가 어떻게 도로의 풍광을 바꾸는지 보여준다.



◆ 4도어 쿠페의 재해석, 메르세데스-벤츠 CLA

메르세데스-벤츠 CLA는 소형차인데 4도어 쿠페 개념을 도입했다. 4도어 쿠페는 주로 중대형 자동차에 적용한 개념이다. 기본적으로 크기가 좀 넉넉해야 쿠페 형태에 뒷문을 달 여유가 생기니까. 4도어 쿠페의 유려한 비율을 드러내기에도 큰 차체가 유리하다. 그렇다고 소형차에 4도어 쿠페 개념이 무리수일까? 오히려 일반적인 통념을 깨뜨리는 자극이 될 수 있다. 그 자극은 곧 매력으로 전환된다. CLA는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보통 소형차는 작아서 친근함을 우선 내세운다. 그렇게 받아들일 여지가 크다. 소형차는 우아할 수 없을까? CLA는 우아한 소형차로 완성됐다. 날렵한 엉덩이는 작더라도 변함없이 섹시하다. 빈틈없이 채운 앞뒤 문은 오히려 차체가 작기에 응축된 선과 면을 드러낸다. 작아서 어색하기보다 작기에 더욱 탄탄한 형태를 구현한다. 작은 차체에 큰 차의 비율을 담았기에 전에 없던 감상을 이끌어낸다. 소형차라서 더 극적인 결과에 도달한다.



두 모델 모두 특별한 소형차로서 감성 영역에 속한다. 특별한 요소나 개념을 적용했기에 가격도 좀 더 쳐줘야 한다. 진입 장벽이 높아지니 더욱 감성이 움직여야 닿는다. 그럼에도 둘 중 500C가 보다 이성적으로 기운다. 캔버스톱이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긴 해도, 이성적으로 절충한 형태인 까닭이다. 그리고 CLA보다 500C가 가격이 한참 낮다. 어떻게 보면 가장 저렴하게 품을 수 있는 컨버터블이라는 수식이 이성을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4도어 쿠페 소형차라는 형태가 오히려 더 높고 많은 장애물을 헤쳐 나가야 하니까.

두 모델이 어느 영역을 자극하든 공통점은 하나다. 특별한 소형차로서 소형차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점이다. 한국 시장은 소형차가 활보하기 힘든 시장이다. 특별한 소형차는 더욱 발붙이기 힘들다. 이런 환경에서 두 자동차는 귀한 모델이다. 존재만으로 시장을, 도로를 풍성하게 한다. 만약 당신이 둘 중 한 대를 탄다면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 각 모델에 닿는 길이 마냥 평탄하지만은 않았을 테니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김종훈 칼럼니스트 : 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남자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것들에 관해 글을 써왔다. 남자와 문화라는 관점으로 자동차를 다각도로 바라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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