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별소비세 한시적 인하, 정책 입안자 당신들이 원숭이다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이젠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개별소비세는 원숭이를 놀리는 조삼모사의 장난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책을 발표하는 이들에게는 이보다도 간단하고 편한 방법은 없겠지만 반대로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들에게는 혼란만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개별소비세 한시적 인하’는 처음이 아닙니다. IMF 경제 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에도 7월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인하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한시적’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영구적 인하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또 한시적 인하가 발표되고 원상 복귀되었다가 다시 인하하고 결국은 그대로 유지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처음에는 효과가 꽤 있었습니다. 인하 조치가 발표된 직후에는 차를 살까 말까 고민하던 소비자들이 결정을 다소나마 쉽게 내리도록 돕고 인하 기간이 끝나기 직전에는 서둘러서 차를 사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후자의 효과가 컸습니다. 그러나 이런 효과 마저도 이제는 별로 크지 않습니다. 개소세의 한시적 인하와 같은 독한 약은 자주 사용하면 면역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한시적이라고 했지만 결국에는 계속되는 것들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더 이상 서두르지도 않습니다. 즉, 세금 수입의 감소에 비하여 판매 증가 효과는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첫째는 판매의 순증가는 원래 별로 없는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즉, 소비자들을 서두르게 해서 내년의 수요를 앞으로 당겨 오는 이른바 ‘가불 효과’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1.5%의 개소세와 이에 따른 교육세 인하 효과는 차량의 전체 가격에 비해서는 그리 큰 부분이 아닙니다. 더욱이 요즘처럼 공식-비공식적인 할인 프로모션이 엄청난 시대에는 더욱 보잘 것이 없습니다. 이제는 얼마나 정확하지는 모르겠지만 1%의 가격 인하가 3%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진다는 업계의 황금률에 비춰봐도 전체 판매량에서 발생하는 세수 감소를 매출액 순증가에 따른 순수 세수 증가로 상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둘째는 판매 현장에서의 잡음과 불필요한 에너지의 소모입니다. 이번 조치는 7월 19일자로 전격 시행되었습니다. 7월 18일에 차를 구입한 고객들은 속이 상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자동차 회사는 미리 알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화가 납니다. 딜러에게 뭔가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합니다. 자동차 회사가 미리 알았든 몰랐든 상관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 전까지 구입한 고객들에게는 세금 인하분만큼 자체적으로 – 브랜드와 딜러가 나눠 부담하기도 합니다 – 할인해 주기로 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2주 전에 구입한 사람이 손을 듭니다. 한 달 전 고객까지도 그럴 듯 합니다.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자동차 회사나 자기를 상대했던 딜러나, 심지어는 나라까지도 믿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자리 잡는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문제점은 개별소비세는 원래는 특별소비세였던 일종의 사치세라는 원칙에서 벗어나는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개별소비세를 많이 내는 고급차는 기격 인하 효과가 큽니다. 즉, 부자 우대 정책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정책적으로 판매를 지원하고 있는 전기차, 경차, 장애인 차량과 같은 경우는 한 푼도 효과가 없습니다. 역차별인 셈입니다. 기존의 정책과 방향이 완전히 어긋나는 옳지 못한 정책입니다. 고급차의 가격을 더 낮춰 판매를 늘리면 소비 증가 효과로 결국에는 낙수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견은 앞서 말했듯이 인하의 실효성이 약한 오늘날에는 근본적인 의구심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단순하게 소비 진작 효과를 거둘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경제는 매출액과 수익, 즉 돈에 좌우된다는 것은 옳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할 수 없습니다. 친환경차량 등 정책적으로 전략적으로 판매를 권장하는 차량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한 자동차는 판매 대수가 결국에는 수익으로 돌아옵니다. 왜냐 하면 자동차의 수익성은 애프터서비스에서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수익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소형차라고 할 지라도 배출 가스나 연료 경제성 등의 다른 이유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 이들의 판매를 권장하는 정책이 결국에는 전체적 매출 증가로도 연결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자동차는 종합 예술이라고 합니다. 사회 – 문화 – 산업 전반 등 연결되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책도 좀 더 깊게 생각하고 수립해야 합니다. 조삼모사처럼 소비자들을 조바심 내게 만드는 개소세 한시 인하 정책은 소비자들을 원숭이 취급하는 아주 우매한 정책입니다. 다소 심하게 표현하자면 이런 우매한 방법을 쓰는 정책 입안자들이 원숭이가 아닌가 합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