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엄하게 다스려야 교통사고 줄어든다

“음주 교통사고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음주하고 형량은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많다. 법리에는 맞을지 모르지만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술이 웬수다.’ 술 많이 마시기로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노래와 책 제목에도 쓰일 정도다. 이 말은 술 마신 사람과 그 사람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 양쪽에서 다 쓰는 말이지만, 주로 술 마시고 실수한 후에 자신에게 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유독 음주 교통사고에서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이 말을 하게 된다. 정작 술 마시고 사고를 낸 사람은 다른 사고에 비해 가벼운 처벌만 받고 끝나거나 피해자 상황은 나 몰라라 한 채 숨어버리기 일쑤다. 술이 원수기는커녕 책임 회피를 위한 좋은 핑계거리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음주 교통사고 한 건이 이슈가 됐다. 이미 2년 전에 일어나서 처리가 끝났는데, 그 뒤에 겪은 피해자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서 다시 문제가 됐다. 가해자는 만취 상태 음주 역주행으로 사고를 냈다. 피해자인 노부부는 심각한 평생 장애를 얻었고 남편은 결국 숨을 거뒀다. 가해자는 초범이고 초행길이었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형을 받았다. 문제는 형도 형이거니와 상대방 가정을 풍비박산 내놓고도 가해자는 잘살고 있다는 근황이 전해지면서 발생했다. 커뮤니티 회원들이 분노했고, 가해자 사업장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이슈가 된 음주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크림빵 사건으로 알려진 음주 뺑소니는 젊은 가장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고다. 가해자는 스스로 술을 마셨다고 시인했지만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로 결론 났다. 대낮에 화물트럭이 음주운전을 하다 승용차를 들이받아 남편은 중상을 입고 아내와 딸은 목숨을 잃은 사고도 있었다. 최근에는 만취 상태로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던 차가 택시와 충돌해 승객 1명이 사망하고 택시 운전사가 중상을 입었다. 가해자 혈중알코올농도는 0.176%였다. 목숨을 잃은 승객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아내와 어린 두 자녀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큰 피해를 냈지만 몸 상태를 이유로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네티즌들이 법원을 비난 하고 있다. 뉴스에 나는 음주사고는 극히 일부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음주사고로 큰 피해를 본 피해자들의 사연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음주 교통사고는 해마다 2만 건 정도 발생한다. 사망자 수는 해마다 400명이 넘고, 부상자 수도 3만 명을 웃돈다. 다행히도 사고는 해마다 줄어든다. 사고 건수는 2015년 2만4399건에서 2016년과 2017년 각각 1만9769건, 1만9517건으로 감소했다. 사망자 수는 2015년~2017년 사이 583명에서 481명, 439명으로 줄었다. 부상자 수는 4만2880명에서 3만4423명, 3만3364명으로 떨어졌다.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많은 편이다.

음주 교통사고에 관해서는 할 얘기가 너무 많다. 술 권하는 사회 분위기, 음주 운전에 대해 무감각한 운전자 의식, 했던 사람이 또 하는 습관성 음주 운전,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라는 인식 미비, 이 정도 음주량으로는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 등등.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음주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여도 형량이 1~2년에 그치고 그나마도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로 끝난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엄하게 다스리는 외국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다. 살인죄로 처리하거나 수십 년 형을 선고하는 외국과는 너무 비교된다. 처벌이 약하니 음주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인터넷에는 음주운전 가해자들이 카페를 만들어 정보를 교류하며 책임 회피에만 골몰한다.



음주 교통사고 처벌은 법리적으로 문제는 없을지 몰라도 상식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누구나 문제를 제기한다면 합리적인 수준으로 고치는 게 맞다. 피해자와 주변인은 평생 고통 속에 살고, 가해자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살아가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술이 웬수다’라는 말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입에서 나오는 때는 언제일까? 감당 못 할 무거운 형을 선고받고 평생 뼈저린 후회를 하게 만드는 정의가 속히 이뤄지기를 바란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탑기어> 등을 거쳤다. 현재 영국 슈퍼카 전문지 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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