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콤팩트 SUV의 양극단, 폭스바겐 티구안 vs 푸조 3008

[김종훈의 이성과 감성 사이] 흔히 콤팩트 SUV라고 부른다. 콤팩트의 뜻은 알다시피 소형이다. 하지만 콤팩트 SUV가 이제 작은 SUV인지는 모르겠다. 세대 바뀔수록 차체가 커지니까. 과거 중형 SUV 크기가 지금 소형 SUV만 하잖나. 이젠 콤팩트의 뜻을 달리 규정할 때다. 가령 콤팩트의 다른 뜻인 ‘촘촘한’, 혹은 ‘다부진’ 같은 의미로. 그렇게 보면 콤팩트 SUV로 분류하는 모델들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더도 덜도 말고 딱 쓰임새 좋은 SUV. 도심형 SUV의 어떤 기본.



◆ 콤팩트 SUV의 본보기, 폭스바겐 티구안

콤팩트 SUV를 얘기할 때 폭스바겐 티구안은 맨 앞줄에 선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 고려하는 여러 가지 요소를 더하고 빼면 폭스바겐 티구안에 도달해서다. 티구안은 기교 부리지 않고 정공법을 고수했다. 딱 필요한 만큼 필요한 부분을 채웠다. 화려한 치장 대신 탄탄한 성능을 내세웠다. 덤덤한 디자인도 차의 성격과 맞물렸다. 누르고 절제하면서 이성적으로 빚어냈다. 대중적인 자동차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말끔하지만 조금은 건조한 독일 엔지니어링의 가치에 집중했달까. 물론 그 가치를 퇴색시킨 사건도 일어났지만.



신형 티구안은 1세대 티구안의 단점을 만회하고 장점을 부각시켰다. 당연한 말이다. 세대 바뀐 모든 모델이 지향하는 지점이니까. 단 모두 원한다고 다 이루진 못한다. 티구안은 언제나 그렇듯 이성적 만들기로 그 지점에 도달한다. 1세대 티구안은 작지 않았지만 크지도 않았다. 신형 티구안은 대폭 커졌다. 해서 뒷자리에 앉아서 좁다고 불평할 일이 사라졌다. 비율도 좋아졌다. 전 세대에 비해 길어지고 넓어지며 낮아졌다. 커진 덩치가 안정적인 자세를 취한다.



주행 감각도 보다 대중성을 고려했다. 하체는 나긋나긋해졌고, 스티어링 휠은 부드러워졌다. 누군가는 풀어진 긴장에 서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누군가가 반길 설정이다. 그렇다고 아예 성격이 달라지진 않았다. 여전히 명확하게 도로 상태를 알려준다. 마냥 풀어지진 않았다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편안함 중시한 설정과 기존 성향에서 적절히 균형점을 찾았다.

1세대 티구안은 덤덤해서 더 호감 가는 디자인이었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기 때문이다. 신형 역시 덤덤한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커진 차체에 맞게 선을 확실하고 날카롭게 그었다. 덕분에 더욱 당당한 인상을 새겼다. 당당한 게 항상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 세대보다 시선 끄는 건 확실히 장점이다. 티구안이 멋있어서 타는 차는 아니었으니까. 이렇게 티구안은 1세대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기존 장점도 놓치지 않았다. 더 좋아진 상품에 누구들 군침 흘리지 않을까. 여전히 티구안은 이성적으로 더하고 빼며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 자기주장 강한 콤팩트 SUV, 푸조 3008

푸조 3008은 다른 전략이다. 이성적 계산법 대신 아예 지우고 새롭게 구축한다. 전 세대는 잊고 새로운 결과물에 주목하라고 한다. 그만큼 새롭게 접근했고, 주목할 만한 요소가 충분하다. 전 세대 3008은 SUV라기보다 MPV였다. MPV라서 좋은 사람이 있었겠지만, 소수의 취향은 양날의 검이었다. 신형 3008은 의도적으로 SUV라고 내세우며 사람들을 주목시켰다.



호객 행위의 일등공신은 디자인이다. 원래 푸조는 디자인이 강렬하다. 쉽게 납득하기 힘든 디자인을 대수롭지 않게 내놓는다. 신형 3008도 범상치 않은 생김새로 자꾸 보게 한다. 더구나 신형 3008은 미래적으로 안팎을 단장했다. 밖은 LED 라이트라는 요소를, 안은 대담한 소재와 형상을 적극 활용했다. 밖에서 보고 안에 들어가 앉는 순간까지 꾸준히 이질적이다. 스티어링 휠 위에 배치된 계기반, 아이 콕핏까지 있기에 주행할 때도 이질감은 이어진다. 물론 이 이질감은 3008의 매력이다. 보편적 감수성과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3008 역시 크기가 커졌다.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크기를 만족시켰다. 효율성을 고려한 건 맞다. MCP 변속기와 작별하면서 편의성도 챙겼다. 그렇다고 해도 3008의 위치는 지극히 감성 영역에 있다. 3008은 취향이 맞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안팎 디자인부터 엔진 배기량, 푸조의 주행 질감 모두 자기주장이 강한 까닭이다. 보편적인 콤팩트 SUV처럼 많은 사람을 품기 힘들다. 그렇다고 나쁘다는 뜻일까? 오히려 그 부분이 감성을 건드린다. 더하고 빼기 전에 마음을 뺏긴다. 티구안과 3008의 결정적 차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김종훈 칼럼니스트 : 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남자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것들에 관해 글을 써왔다. 남자와 문화라는 관점으로 자동차를 다각도로 바라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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