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중고차를 산다고 하면 걱정부터 되는 게 사실이다. 인터넷에서 본 매물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또 구입하려는 모델이 중고차로서 어떤 내구성을 보이는지 등, 알고 싶은 게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신차 등록이 약 184만 대였지만 중고차 거래량은 370만 대에 달했다.
신차보다 거래량이 두 배 많은데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고차 관련 믿을 수 있는 정보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크기에 반비례하는 시스템 부재는 시장을 신뢰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이쯤에서 독일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곳에서 중고차를 사기도, 또 팔아보기도 하면서 겪은 경험들은 한국에서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렇다면 독일은 어떤 점이 다를까?

◆ 중고차 딜러에 대한 신뢰
독일은 1년에 신차 판매량이 340만 대를 넘어섰다. 중고차는 그보다 훨씬 많은 800만 대 수준에서 거래된다. 시장은 크게 신차, 중고차, 그리고 올드카로 나뉜다. 물론 가장 거래가 활발한 것은 중고차이고, 그래서 독일 곳곳에 많은 중고차 딜러가 존재한다.
이들 중에는 대를 이어 운영되는 곳들도 제법 된다. 독일 사람 특유의, 자신의 이름을 간판에 걸고 장사를 하는 곳들이 주로 그렇다. 개인 또는 회사가 여러 곳에서 딜러를 운영하기도 하는데 이런 곳들은 대리점의 브랜드 파워를 중요하게 여긴다.
특정 제조사 1~2곳과 계약해 그 회사 자동차만 사고파는 대리점들도 있고, 제조사가 지분을 투자해 직접 자동차 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들 모두 신차와 중고차를 함께 취급한다. 지역에 뿌리내린 딜러, 한 브랜드로 크게 사업을 하는 딜러 모두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자동차를 사면 상대적으로 허위 매물에 당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 유럽 전역에서 찾는 중고차 거래 사이트
요즘은 독일도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 거래가 일상화되어 있다. 독일의 유명 중고차 거래 사이트 한 곳을 예로 들면 매일 100만 대 가까운 매물이 올라와 있는데 규모 면에서 유럽에서 가장 크다. 독일에서만 1,300만 명 이상이 연간 이용하며 5만 명에 가까운 딜러들이 매물을 올리고 있다.
차가 일단 워낙 많고, 비교적 관리가 잘된 자동차 만날 확률이 높아 유럽 곳곳에서 찾는다. 홈페이지는 그런 이유로 7~8개의 외국어 서비스를 필수적으로 제공한다. 사이트 자체적으로 중고차 거래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딜러들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 자기가 사는 지역에 있는 중고차 딜러의 평가 내용을 확인하는 것도 쉽다. 또 자동차 잡지와 인터넷 거래 사이트 자체적으로 베스트 딜러를 선정해 독자들에게 알린다.

◆ 고장 보고서
독일도 2년에 한 번씩 자동차 정기검사를 한다. 검사를 대행하는 대표적 검사기관 2~3곳은 매년 자동차 전문지와 함께 모델별 검사 내용을 분석해 그 결과를 잡지로 만들어 제공한다. 200대 이상의 자동차에 대해 연식별로 결함률은 얼마인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고장이 많고 적은지를 구체적으로 전한다. 만약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모델이 있는데 내구성에 대해 알고 싶다면 고장 보고서는 무척 좋은 자료가 된다.

◆ 자동차 전문지들의 중고차 정보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은 자동차 잡지 문화가 잘 발달해 있다. 주간지부터 격주, 월간지까지 다양하며, 이런 잡지를 구독하는 정기 독자들도 2~300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 전문지는 신차 소식만이 아닌, 중고차 구입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오펠 아스트라를 사려는 독자가 있다면 그를 위해 전문지들은 이 차의 기본 제원부터 시작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엔진은 무엇인지, 또 이 차를 샀을 때 드는 유지 보수 비용부터 중고차 감가상각 등, 필요한 재무 정보를 알려준다.

그 외 배기량별 세금 내역과 중고차로 추천할 만한 엔진, 그리고 정기검사 결과, 어떤 옵션이 좋고 나쁜지 등, 중고차 구입을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자세히 제공한다. 또 내구 테스트의 경우 직접 구입한 자동차를 몰고 10만km 정도 주행한 후 수리 및 소모품 교체 내역 등을 공개하고 차를 완전히 분해 후 각 부품의 상태도 독자에게 알려준다. 전달하는 정보량이 매우 많고 세부적이라 보통 몇 페이지에 걸쳐 다룬다.

◆ 연비 공유 사이트 ‘슈프리트모니토어’
기록하고 공유하는 걸 좋아하는 것이 이들의 특성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점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사이트가 하나 있다. 자동차 오너들이 직접 자신이 구입한 자동차의 연비를 기록해 그 정보를 공유하는 ‘슈프리트모니토어(spritmonitor.de)’다.

현재까지 70만 대 가까운 자동차의 주행 기록이 담겨 있으며 사용자만 47만 명이 넘는다. 제조사와 모델을 검색하면 연식 상관없이 해당 모델을 소유한 운전자들이 기록한 연비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언제, 얼마의 기름을 넣고, 고속도로 몇 km, 시내 몇 km 주행했는지 해당 기록을 자세히 볼 수 있다. 겨울 타이어와 퍼포먼스 타이어 등도 구분해 확인할 수 있으며 날씨 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운전자마다 운전 스타일이 다르기는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의 연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또 연식에 따라 연비 변화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연비에 관심이 많은 운전자들에게는 무척 유용하다. 사이트는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자동차 자율 검사
정기검사 외에 자비로 자동차를 점검하는 인스펙션이 독일에서는 필수에 가깝다. 필수라고 하는 이유는, 자율 검사(Freiwillige Inspektionen) 기록이 없거나 규칙적이지 못하면 거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율 검사를 꾸준히 했다면 자동차는 좋은 가격에 팔릴 수 있고, 새 주인을 빨리 만나게 된다.
또 규칙적인 인스펙션을 통해 꾸준히 소모품을 교체하고 자동차를 관리했기 때문에 개인 거래가 활발하다. 온라인 중고차 사이트에는 딜러가 올린 중고차들 사이에 개인 매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은 정기 검사와 자율 검사를 잘 받은 자동차들이다.

물론 독일이라고 해서 허위 매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기를 당했다는 얘기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것들만 잘 참고해도 잘못된 거래 위험에 빠질 확률은 그만큼 낮아진다. 잘 길들고 잘 관리된, 그리고 다양한 중고차에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등은 독일 중고차가 왜 유럽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와 <핀카스토리>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