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안 봐도 다시 보고 싶은 아우디 A4
[김종훈의 차문차답(車問車答)] 자동차는 한결같을 수 있을까? 당연히 자동차는 변함없을 테다. 그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변한다. 시각이 변한다. 그 사이, 취향도 조금 변한다. 해서 시간 두고 다시 본 자동차에 판단이 엇갈리기도 한다. 시간의 무게, 혹은 영향력이라 하겠다. 아우디는 몇 년 숨죽였다. 올해부터 다시 몇몇 모델을 내놓았다. 시간의 무게, 혹은 영향력을 관통한 모델들이다. 몇 년 전 보고 다시 보면 조금 다를까? 아우디 A4를 앞에 두고 생각이 많아졌다.

Q. 시간은 아우디를 어떻게 달리 바라보게 할까?
디자인의 아우디. 수 년 동안 관통한 한 가지다. 아우디는 디자인을 내세웠다. 선을 덜어내고 덜어내 간결함을 최선으로 삼았다.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이 떠올랐다. 덜하지만 더 나은(Less but better). 선을 하나 지울 때마다 면의 질감이 살아났다. 자동차는 철판을 두른다. 철판을 스케치 삼아 각 브랜드마다 그림을 그린다. 아우디는 여백을 중시했다. 여백은 철의 속성을 강화했다. 그 위에 몇 안 되는 날카로운 선이 그 속성을 더욱 예리하게 벼렸다. 여백과 날카로움의 공존. 아우디 차체가 선명하면서도 침착한 이유다.
흔히 아우디를 세련됐다고 말한다. 화려함과 역동성 같은 자동차에 주로 쓰이는 용어와는 다르다. 다른 성질의 감흥을 펼쳐보인다. 절제하고 반듯한 선과 면이 주는 힘이다. 아우디 디자인, 특히 외장 디자인은 그 힘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이 특성이 아우디를 지금 위치에 올려놓았다. 그 느낌을 여전히 전하는지가 관건이다. A4는 2016년에 출시됐다. 2년여 지난 지금, 시간의 영향력이 관여했다. 그 사이, 메르세데스-벤츠의 우아함이 휩쓸었다. 볼보의 간결함이 대중을 설레게 했다. 언제나 우리는 신 모델에 우선 반응한다. 당연한 수순이다.

A4를 다시 보고 나니 기우였다. A4는 2년여 시간을 견뎌냈다. 여전히 날카롭고 침착했다. 선과 면이 시간의 먼지에 퇴색되지 않았다. 그동안 못 봐서 그럴까? 눈에서 멀어져도 시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A4는 처음 봤을 때처럼 탄탄했다. 보닛의 선과 벨트 라인이 예리했다. LED 라이트는 또렷하게 선을 그었고, 다이내믹 턴 시그널은 우아하게 흘렀다. 싱글 프레임 그릴은 더욱 두툼해진 채로 중심을 잡았다. 아우디가 잘하는 표현법은 시간이 흘러도 효과적이었다. 한동안 못 본 친구를 다시 만나도 여전히 한결같은 것처럼.
이유가 있다. 아우디는 그동안 디자인이 변했지만, 크게 변하지 않았다. 신 모델이 나올 때마다 이런 소리를 들었다. 아우디 디자이너는 편하겠다고. 벤츠 G-클래스나 지프 랭글러 디자이너에 하던 말을 아우디도 들었다. 하지만 두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 원형을 유지하는 것과 간결함을 고수하는 것 차이다. 최대한 간결하게 덜어내다 보니 뭘 추가하는 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변화의 폭이 적었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한 뼘씩 변했다. 부드러움을 강조하다가 조금 선이 굵어진다든가. 면의 비율을 달리하며 선을 더 날카롭게 벼리거나. 그러는 사이, 아우디는 군살이 빼고 탄탄해졌다. 변화가 확연하지 않았기에 시간에 덜 영향 받은 셈이다. A4를 다시 보니 더욱 명확해졌다. 아우디가 시간에 대처하는 법이랄까.

실내는 더욱 쌓인 시간이 무색해졌다. 이제 풀 LCD 계기반은 자랑거리도 아니다. 어지간한 고급 자동차들이 LCD를 적극 활용했다. 그럼에도 아우디의 버추얼 콕핏은 신선도가 높다. 2015년 말, 아우디 TT에 처음 적용됐다. 봤을 때, 혁신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계기반의 영역을 확장했다. 3년여 지난 지금 봐도 변화무쌍한 그래픽에 눈이 즐겁다. 가끔 봐서 그럴까? 매일 보면 오히려 더 흐뭇해질 테다. 버추얼 콕핏만으로 운전석이 몇 십 년을 감내할 힘을 얻었다.

거기서 번진 첨단 이미지가 실내 전체로 퍼진다. 이미지일 뿐이지만, 이미지가 형성하는 힘은 무척 크다. 나머지는 소재 다루는 데 정평 난 아우디의 실력이 요소를 차곡차곡 쌓는다. 실내 구성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 하지만 외관처럼 조금씩 한 뼘씩 다른 감각을 가미했다. 시간이 흘러도 빛바랜 느낌이 묻어나지 않는다. 실내 역시 시간은 비켜갔다.

A4를 보고 신선도를 가늠하려고 했다. 하다 보니 아우디 디자인의 저력을 실감했다. 아우디 역시 최신 모델일수록 선이 좀 복잡해지는 경향이 보인다. 한 뼘씩 변해도 모이면 폭이 커지잖나. 그럼에도 아우디의 기조인 간결함은 흐트러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시간을 버티는 디자인의 힘은 쉽게 얻을 수 없으니까. 아우디 A4를 2년 만에 다시 접하고 더욱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김종훈 칼럼니스트 : 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남자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것들에 관해 글을 써왔다. 남자와 문화라는 관점으로 자동차를 다각도로 바라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