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의 효자’티볼리,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다

[최고의 반전] 티볼리는 쌍용자동차에겐 없어서 안 되는 효자 모델이다. 2015년 1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글로벌 판매에서 25만대를 돌파했다(2018년 7월 기준). 쌍용차의 기준에선 최단기간 10만대, 25만대 판매 기록을 세운 인기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2015년 쌍용 티볼리가 시장에 막 등장했을 때를 돌아보면,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 몰랐다. 아무리 B 세그먼트 SUV 시장이 막 형성되었더라도 기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했다. 쉐보레 트랙스와 르노삼성 QM3라는 분명한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대중이 티볼리에게 시선을 뺏기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더 매력적인 대안이 있음을 확신했으니까.



트랙스는 탄탄한 기본기로 듬직했고, QM3는 감각적이고 세련됐다. 반면 티볼리는 겉과 속이 투박했고, 품질이나 마무리는 부족해 보였다. 매력적인 구석이나 소비자를 흥분시킬만한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가격 측면으로도 크게 합리적인 구성이 아니었다. 경쟁 모델과 비교할 때 약 200~300만원 저렴할 뿐이었다. 이런 이유 탓에 실제로 2015년 초에 실시했던 ‘B 세그먼트 SUV 비교 테스트’에서 티볼리를 혹평했었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르노삼성 QM3를, 개성 있는 소비자는 쉐보레 트랙스를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기아 스토닉, 현대 코나가 시장에 합류하면서 이런 주장은 더욱 강해졌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상품성 측면에서는 티볼리의 시장 경쟁력을 가장 낮게 평가했다는 소리다.



물론 판매량이나 인기 측면에서는 내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 티볼리는 출시 이후 B세그먼트 SUV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됐다. 트랙스는 선진 시장용 입문형 모델이라 가격 경쟁력이나 편의 장비 측면에서 부족했다. QM3는 유럽 감성을 강조했지만, 현지화에 따른 빠른 변화가 부족했다(완전 수입). 이런 상황에서 티볼리는 시장의 요구를 정확하게 조준했다. 스펙이나 품질, 개성을 중요시하는 소수의 고객이 아니라 현실성에 매력을 느끼는 다수의 고객을 잡았다.



투박하고 날 것 같은 마무리가 이제 막 형성된 시장에 고스란히 먹혔다. 심지어 젊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어필했다. ‘생애 첫 SUV’라는 슬로건도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20~30대 고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물론 티볼리가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출시 이후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가장 많이 변화한 소형 SUV였다. 경쟁 모델이 변화에 소극적일 때, 티볼리는 차체 길이와 높이를 키운 롱보디 버전 ‘에어’를 추가하고 시장에선 유일한 ‘디젤 4WD’ 옵션도 더했다. 경쟁 상대에 맞서 액세서리 부분을 강화하고, 수십 가지 조합으로 차의 겉모습을 내 마음대로 꾸미는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그렇게 티볼리는 쉬지 않고 지속해서 확장했다.



물론 왕좌는 언제나 위기를 맞는 법. 시장의 선두는 언젠가는 변한다. 2017년 9월, 현대 코나가 소형 SUV 판매 1위를 기록하면서 티볼리의 자리를 위협했다. 코나 일렉트릭까지 합세한 지금에는 판매 부분에서 티볼리가 2위를 기록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티볼리의 경쟁력은 소형 SUV 시장에서 여전히 높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 질적으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 데뷔 후 3년 반. 초기 모델에 비하면 티볼리는 분명 세련되고 좋아졌다. 하지만 소형 SUV 시장도 그만큼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미 B 세그먼트 SUV 시장의 성장세도 가속이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의 요구가 그만큼 세분화되고, 경쟁 모델의 실력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티볼리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변화가 요구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브랜드도 시선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SUV 전문 브랜드가 내놓은 입문형 모델로 포지션 할 것이 아니라, 티볼리를 전면에 세운 과감한 투자와 전략이 필요하다. ‘티볼리가 시장을 이끈다’는 평가는 완성된 것이 아니다. 앞으로 5년, 10년을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이제 막 3년 반이 지났다.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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