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자동차 매체 평가서 32개 브랜드 중 29위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난관에 봉착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기본, 혹은 원칙에 충실하라는 말을 한다. 요즘 부쩍 위기 이야기를 듣고 있는 현대자동차 역시 다를 게 없다. 자동차 회사에 기본은 좋은 차를 만드는 일이겠지만 차를 잘 만드는 것만이 기본은 아니다. 자동차를 잘 파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고객이 찾는 대리점, 그리고 직접 접하는 영업사원은 브랜드의 또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현대차에게 안 좋은 소식 하나가 독일에서 전해졌다. 바로 그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대리점과 영업사원에 대한 테스트에서 거의 꼴찌에 가까운 평가를 받은 것이다. 독일의 권위 있는 자동차 매체인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가 이 내용을 전했다.



◆ 32개 브랜드 중 29위, 기아도 하위권으로 밀려나

이번 테스트는 독일의 컨설팅 기업 Concertare가 매년 실시하는 것으로, 총 11개 항목을 ‘불만족(0~60점)’, ‘덜 만족(61점~80점)’, ‘만족(81~90점)’, 그리고 ‘매우 만족(91~100점)’ 등, 4개의 등급으로 나누어 평가했다. 일정 규모의 판매량과 대리점망을 갖춘 32개 브랜드가 조사 대상이었는데 종합 점수에서 현대는 55점으로 혼다와 함께 공동 29위였다.

현대보다 적은 점수를 받은 곳은 러시아 브랜드 라다와 피아트뿐으로, 기아는 현대보다 3점 높은 58점을 받았지만 순위는 역시 하위권인 25위로 밀려났다. 기아보다 평가가 안 좋았던 5개의 브랜드에 밀린 것이다. 참고로 종합 점수에서 60점 이하인 곳은 24위의 르노 (59점), 기아(58점), 미쓰비시(57점), 스바루(57점), 지프(56점), 혼다(55점), 현대(55점), 피아트(54점), 라다(47점) 등이다.

반면 렉서스와 미니는 76점을 받아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고, 그 뒤를 이어 BMW (74점), 재규어와 포르쉐(73점), 아우디 (72점), VW (70점), 랜드로버 (69점), 메르세데스 (68점), 포드 (67점) 등이 10위까지 차지했다. 미니와 렉서스는 전년보다 점수가 오른 반면 지난해 80점으로 1위였던 포르쉐는 올해 7점이나 떨어지며 1위 자리를 내줬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역시 지난해와 비교하면 점수가 낮아졌고, 포드, 스바루, 스즈키, 마쯔다, 미쓰비시와 루마니아 초저가 브랜드인 다치아(61점, 20위) 등은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문제는 현대자동차로, 지난해에 비해 3점이 올랐음에도 순위는 계속 29위에 머물고 말았다.



◆ 유럽 거점 독일에서의 평가라 더 뼈아플 현대차

현대자동차에게 독일은 남다른 시장이라는 점에서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대차의 유럽과 독일 법인은 물론, 현대 모터스포츠 법인과 R&D 센터까지 모두 독일에 모여 있다. 또 주요 인력들 또한 독일인들이다. 이처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본거지라 할 수 있는 독일에서 현대자동차 영업사원들 평가가 계속 좋지 않다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여러 기관, 여러 매체의 딜러 서비스 평가에서 늘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렉서스의 경우를 현대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판매량은 북미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지만 렉서스라는 브랜드는 판매량과 상관없이 일관되게 좋은 서비스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

아시다시피 현대는 머지않아 제네시스 브랜드를 유럽 시장에 론칭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딜러 서비스로는 현장에서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고, 그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렉서스를 포함해 좋은 평가를 받은 브랜드가 어떻게 대리점을 운영하고 딜러들은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등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구체적 항목들 중 현대차가 특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몇 개 눈에 띄었다. 우선 ‘고객 요구 사항’ 부문에서 현대는 평균 76점보다 낮은 68점을 받았다.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능력을 보는 항목이었는데 아쉽게도 최상위 브랜드와는 20점 가까운 점수 차이를 보였다. 할부 등이 포함된 재무설계 능력도 현대와 기아 모두 평균에서 많이 떨어졌고, 시승 서비스 또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아의 경우 상담의 질적인 항목에서 81점으로 평균 수준의 평가를 받았고, 영업사원의 태도 항목에서는 현대가 78점으로 평균 83점에 비교적 가까웠다. 참고로 영업사원들의 상담 능력과 태도에서는 미니가 94점과 91점으로 올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고객의 이메일에 대한 응답 항목의 경우 현대는 28위, 기아는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브랜드 전반적으로 영업사원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을 이용한 설명 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한 렉서스가 받은 점수는 50점이었다.

또한 포르쉐를 제외하면 자신들이 내놓은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커넥티비티 시스템 등, 디지털 기능에 대한 설명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현대자동차는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의 활용과 서비스 개선 항목’에서 7위를 차지한 것이 가장 좋은 결과였다.



◆ 브랜드 가치, 현장에서 고객 만족 통해 끌어 올려야 한다

자동차를 많이 판매하는 것 못지않게 영업 이익률을 높이는 것이 제조사 입장에서는 중요하다. 그리고 이 이익률은 원가 절감만으로는 끌어올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 결국 브랜드 가치를 높여 고부가가치 브랜드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자동차 그 자체의 경쟁력만이 아닌,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는 ‘사람들’의 서비스 만족이 동반돼야 한다.

물론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딜러 서비스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나 기아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은 렉서스, 닛산, 스즈키, 마쯔다, 토요타 등도 제한적 환경임은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그 차이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찾고 개선하는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독일에서 344개의 영업점을 직,간접 운영 중이다. 그리고 영업사원들의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도 끊임없이 펼치고 있다. 자체적으로 글로벌 최고의 딜러 선정 행사를 진행하는 등, 보이게 보이지 않게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개선은 경쟁사들도 꾸준히 하고 있다. 따라서 더 노력하고 더 좋아져야 더 올라갈 수 있다. 그 ‘더’를 할 수 있어야 현대가 바라는 고부가가치 브랜드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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