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로를 보며 자동차의 보편적 가치를 다시 생각하다
[최고의 반전] 신차를 보면 외관을 본다. 어쩔 수 없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첫인상은 외관에서 좌우되니까. 기아자동차 니로의 첫인상은 당황스러웠다. 이 눈, 코, 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귀엽다고 하기엔 우악스럽고, 멋있다고 하기엔 볼품없었다. 램프는 과격하고, 그릴은 전면부 면적에 비해 조촐했다. 하단은 우악스럽고, 정리가 필요했다. 전체적으로 조화라는 단어와는 멀어 보였다. 전면부만으로 흠칫, 놀라긴 오랜만이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귀여운 쪽으로 생각했다.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랄까. 혹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자바랄까. 그래도 어떤 캐릭터로 보인다는 특색은 있으니까. 이런 캐릭터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확실히 인상적이긴 했다.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비율을 보자 더욱 이런 캐릭터가 선명해졌다. 크로스오버 밴의 형태. 전체적으로 뭉툭하니 전면부가 더욱 부각됐다. SUV의 다부진 느낌도 아닌, 해치백의 옹골찬 느낌도 아닌 그런.

크로스오버 장르란 게 그렇다. 게다가 소형 밴 형태니 더욱 외관에서 매력적인 요소를 찾긴 힘들었다. 니로를 보며 앞으로 험난하겠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이 첫 번째 이유였다. 디자인이 전부는 아니지만 접근성을 좌우한다. 개인 호불호를 넘어 못생긴 건 못생긴 거다. 니로를 구입하기까지 넘어야 할 벽이 높다. 게다가 점점 쇠락해가는 소형 밴의 숙명도 떠올랐다. 도로에서 카렌스를 언제 보고 못 봤더라. 쉐보레 올란도도 반짝, 하고 사라졌다. 소형 밴을 연상케 하는 비율은 두 번째 이유였다. 외모부터 장르까지 니로의 앞길은 어두워 보였다.
모두 알다시피, 내 예상은 빗나갔다. 니로는 잘 팔린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출시한 2016년 니로는 18,125대 팔렸다. 신차 효과가 끝난 2017년에는 23,788대 팔렸다. 올해 9월까지는 16,543대 팔렸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팔릴 듯 보인다. 니로의 판매량은 인상적이다. 카렌스가 올해 9월까지 1,724대 팔렸다. 니로가 열 배 정도 더 팔렸다. 물론 소형 밴 카렌스는 니로의 비교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최근 몇 년 급부상한 소형 SUV 판매량과 비교해야 한다. 물론 코나가 훨씬 잘 팔린다. 하지만 니로는 코나보다 비싸다.

니로의 흥행은 무엇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좌우했다. 그리고 소형 SUV보다 넉넉한 공간이 뒤를 받쳤다. 니로를 처음 봤을 때 어느 정도 변수라고 생각하긴 했다. 이모저모 실용적 공간 품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그 전에 없던 국산 자동차였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가 더 멋있어 보였지만, 공간 면에서 니로보다 부족했다.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정도가 비슷했다. 하지만 프리우스 프라임은 가격이 상당했다. 니로와 가격으로 비교 자체가 무리였다.
변수라고 생각한 딱 두 가지가 적중한 셈이다. 그 앞에서 투투나 자바 같은 단어는 한 귀로 들어와 다른 귀로 나갔다. 게다가 첫인상은 외모가 좌우하지만, 애정은 성격이 좌우하잖나. 니로는 실생활에서 성격이 돋보이게 ‘착하다’. 리터당 19.5km 달리는 연비는 매번 웃음이 나오게 했을 거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이기에 정숙하기도 하다. 뒷좌석 접으면 1,425리터나 적재할 수도 있다. 앉으면 머리든, 무릎이든 편안하게 품는다. 알뜰하고, 정숙하며, 너그럽게 품으니 알고 보면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났을 게다. 이동수단으로서 가치에 충실했다.

이제 니로는 PHEV에서 EV까지 파생 모델이 생겼다. 기아자동차에서 전동화 모델의 얼굴마담 역할이다. 하나의 전동화 브랜드 모델로 인식된다. 갑자기 튀어나온 모델에서 이제 족보를 만들어갔다. 하나씩 쌓일수록 니로라는 이름에 대표성이 쌓인다. 니로의 외관을 잊게 할 요소가 더욱 늘어나는 셈이다. 아니, 멋지진 않아도 정겨운 수준으로 다가오게 한다. 원래 사람 인식이 그렇잖나. 정이 쌓이면 달리 보이는 법이다. 니로는 그렇게 존재를 세웠다.
니로는 이동수단으로서 자동차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여전히 난 자동차는 개성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 영역에서 디자인은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그보다 필요의 영역에 더 집중한다. 니로에는 대중이 지금 필요로 하는 여러 덕목이 담겼다. 니로가 국산차라서 더욱 그랬겠지만.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