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T 배지 달고 나온 파사트, 폭스바겐의 고급스러움 담당한다
[김종훈의 차문차답(車問車答)] 폭스바겐은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로 지냈다. 외국에서 판매하는 신모델을 군침만 흘리며 바라봐야 했다. 결국 시간이 흘러 판매를 재개했지만, 그 공백 사이 각 모델의 신선도는 줄어들었다. 한국에선 보지 못해도 외국에선 판매해 도로를 다녔으니까. 시간은 한국에서만 따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 공백을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새롭게 하기. 폭스바겐 파사트 GT는 무엇보다 그 역할을 해내야 했다. GT 배지 달고 나온 파사트에 궁금한 건 딱 그 점이었다.

Q. 폭스바겐 파사트 GT는 폭스바겐을 새로 바라보게 하나?
파사트에 GT가 붙었다. GT는 그랜드 투어링(Grand Touring)의 약자다. 그란투리스모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떻게 부르든,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고성능 자동차를 뜻한다. 따지고 보면 GT는 자동차에 관해 좋은 건 다 담았다는 뜻이다. 출력과 편안함, 공간과 그에 합당한 고급스러움까지. GT카 앞에서 우린 언제나 동경하는 눈빛을 내보인다. 물론 진짜 GT카라면.
파사트에 붙은 GT는 조금 다르다. 단어 그대로 뜻의 GT라기보다는 이미지를 차용한 GT다. 그러니까 그랜드 투어링 자동차‘처럼’ 편안하고 출력 넉넉하며 고급스러운 모델이라는 뜻이다. 많은 브랜드에서 GT를 소비하는 방식이다. GT 배지를 붙이고 일반 모델과 구별한다. 상위 등급이나 특별한 모델을 지칭하기도 한다. GT에 관해 특별한 규정이 없으니까. 좋은 건 알아서 잘 쓰게 마련이다. 폭스바겐은 파사트를 새로 내놓으며 GT 이미지를 차용했다.

그냥 배지만 붙인 건 아니다. 실제로 구분할 필요도 있었다. 새로 내놓은 파사트는 유럽형 모델이다. 같은 파사트지만 북미형과 유렵형이 조금 다르다. 다른 점을 부각하기에 배지 붙이는 건 효과 크고 간편하다. GT라는 배지에 맞춰 고급 편의사항도 담뿍 담았다. 몇 년 전 알던 파사트와 다르니까. 파사트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는 이랬다. 안팎이 조금 밋밋해도 담백한 맛에 타는 자동차. 폭스바겐은 파사트에 GT를 붙이며 조금 다른 파사트를 지향했다.
외관은 사실 예전 파사트와 확연히 구별되진 않는다. 여전히 선을 쓰는데 신중하다. 그 단정함이 매력이었으니 바뀌지 않아도 아쉬울 건 없다. 공들여 종이 접듯 면과 면이 만난 선이 날카롭다. 멋을 부리지 않았는데 은근히 멋이 난다. 오직 이 점만으로도 폭스바겐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아예 변하지 않은 건 아니다. 가로 선을 더욱 강조해 더 넓게 보이게 했다. 크롬 도금으로 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파사트 GT를 보며 다시금 깨달았다. 외관 선에 관한한 폭스바겐은 대체로 옳다. 신선함과는 별개라도.

변화 요소는 실내에 주로 담겼다. 12.3인치 TFT 계기반이 많은 역할을 맡았다. 그동안 여러 브랜드 모델이 채용해서 신선도가 떨어질까? 신모델 위주로 적용했기에 아직 영향력이 크다. 바뀐 면모를 강조하기에 디지털 계기반만큼 효과적인 요소도 드물다. 파사트 GT는 디지털 계기반을 중심으로, 디지털이라는 테마 아래 보다 간결하게 다듬었다. 요즘 추세다.
디지털화는 언제나 실내를 꾸미는 데 최소 비용, 최대 효과를 이끌어낸다. 터치모니터 주위로 버튼을 정리하면 세련된 인상을 선사하니까. 예전과 다르게 고급스러운 요소도 신경 썼다. 외관처럼 가로로 길게 그은 선이 실내를 가로지른다. 외관이 그릴을 선의 일부분으로 이용했다면, 실내는 공조기를 선으로 흡수시켰다. 이런 통일된 디자인이 운전자를 흐뭇하게 하는 법이다. 게다가 크롬과 우드 트림을 활용해 진중함도 부여했다. 세련되고 진중한 실내는 분명 예전 파사트에선 보기 힘들었다. 이런 변화가 GT 배지와 맞물려 달리 보이게 한다.

파사트 GT는 뒤꽁무니에 빛나는 GT 배지처럼 화려하길 원했다. 공백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다. 이왕 단절됐으니 이미지를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았달까. 방향성은 보다 고급스러운 폭스바겐. 위치의 재정립, 아니 위치를 반 계단 올리고픈 마음을 담았다. 예전처럼 효율적이고 담백한 영역은 파사트 TSI에 부여했다. 파사트 GT에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하고픈 욕망이 담겼다. 2.0 터보 디젤 엔진 트림만 고수한 점도 그렇다. 그 방향성이 공백 이후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지도 모른다. 물론 파사트 GT의 가격대 역시.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김종훈 칼럼니스트 : 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남자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것들에 관해 글을 써왔다. 남자와 문화라는 관점으로 자동차를 다각도로 바라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