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아발론의 새로운 시도, 성공했으면 좋겠다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토요타 아발론이 론칭됐습니다. 그런데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접근법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대단히 궁금합니다. 이 아발론의 새로운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 최소한 소비자들과 시장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길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 의견은 아발론의 도전이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쪽입니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모델 하나를 두고 이렇게 복잡한 마음의 소리와 머리의 논리가 뒤엉켰던 적은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고 희망하는 이유를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발론이 새 모델로 시도한 커다란 변화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디자인의 변화입니다. 디자인이 변했다는 것은 모델의 성격, 포지셔닝, 그리고 겨냥하는 고객층이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이전의 아발론이 보수적인 장년층을 위한 안락한 세단의 이미지였다면 이번 신세대는 확연히 공격적이고 젊어졌습니다. 토요타가 대 놓고 ‘Daring Avalon’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 디자인도 한 몫을 톡톡히 합니다. 단어의 뜻인 ‘대담하다’는 것이 뜻하듯 아발론은 더 이상 뒤에 물러앉아서 느긋하게 편안함을 즐기는 그런 모델일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둘째는 파워트레인의 변화입니다. 국내 시장에는 하이브리드 모델만을 출시합니다. 물론 시장 반응에 따라서는 3.5리터 가솔린 모델도 출시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토요타는 하이브리드를 브랜드의 최대 무기로 선정했고 성능에서도 시장의 요구 수준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공격적인 가격 포지셔닝입니다. 사실 하이브리드 모델을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신형 아발론은 이전의 가솔린 V6 모델보다 최소한 비싸지는 않는 수준으로 가격을 억제했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 옵션이 희생되었습니다. 이전 모델이 리미티드 트림이었는데 신형은 그 아래의 XLE 트림입니다. 파워트레인과 옵션을 맞바꾼 격입니다.

제가 아발론이 자극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유는 단 하나, 시장의 부흥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준대형 대중 브랜드 시장을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독식하고 있습니다. 그랜저는 물론 꽤 괜찮은 찹니다. 디테일에 대한 정성과 디자인의 완성도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쏘나타가 자기 자리를 위협받을 만큼 독보적일까 하는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뒤 그랜저는 거의 국내 전용 모델로 전락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랜저는 성공해봤자 국내 시장에만 국한된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랜저는 양날의 칼입니다. 현대차의 수익성을 이끄는 주요 모델인 동시에 현대차의 글로벌 주요 모델인 쏘나타의 자리를 위협하고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 고객의 수준을 현 상태에서 동결시키며, 더 나아가 준대형 세단 시장의 존폐를 혼자 좌우할 수 있는 위험한 모델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준대형 세단 시장의 고객들에게는 안목을 높일 수 있는 교보재가, 그리고 그랜저에게는 발전을 위한 자극제가 필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스스로 대담하다고 말하는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디자인 뿐만 아니라 탄탄한 기본기, 즉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데 승차감까지 대단히 좋은 면에서 그랜저에게 큰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랜저도 서서히 눈을 뜨고 있는 대형 하이브리드 세단의 가치를 보다 탄탄하게 시장에 각인시킬 수 있다는 시장 확대의 측면도 매우 중요합니다. 엑티브한 SUV나 실용형 MPV 등에는 디젤 엔진이 여전히 강점을 갖습니다. 하지만 안락함과 정숙성이 중요한 세단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의 정숙성이 강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발론이 시장에 의미 있는 자리매김, 혹은 최소한의 족적을 남길 수 있을까에 걱정이 되는 부분은 기존의 준대형 세단 시장의 주류 고객들의 취향과는 많이 다른 구성 때문입니다. 일단 공격적인 디자인이 첫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풀 옵션’에 익숙한 현재 시장 고객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는 옵션 수준입니다. 물론 차는 좋지만 이 두 가지 아쉬움 때문에 고객들의 관심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이 올까 걱정했던 겁니다.

토요타 코리아는 연간 판매 목표를 1000대로 잡았습니다. 한 달에 거의 만 대를 파는 그랜저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기존 모델의 거의 없던 존재감에 비하면 충분히 도전적인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보다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취향이나 안목은 다양하고 수준이 높았습니다. 신차발표회가 있던 날 이미 350명의 예약자가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대박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역할은 했으면 하는 모델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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