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 리프트 이상의 변화는 반갑지만 첨단 장비는 옵션으로
메르세데스-벤츠 C 클래스
[이동희의 자동차 상품기획 비평] 지난 16일 메르세데스 벤츠 C 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공식 판매에 들어갔다. 11월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딜러를 통해 예약 판매가 시작되고 보름만의 일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세단 라인업에서 C 클래스는 후륜 구동 중에서는 가장 작다.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작은 차에서 시작해 점점 큰 차로 모델 라인업을 확장한 것과 달리, 벤츠는 코드명 W116인 S 클래스가 1972년에 첫 선을 보였고 이어서 W123 E 클래스가 1976년에 나오면서 현재의 라인업을 갖추기 시작했다. 첫 C 클래스인 W201이 나온 것이 1982년이니 가장 늦은 셈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과연 이만한 크기의 차가 팔릴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BMW의 3시리즈와 함께 단순히 입문용을 넘어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 현행 C 클래스는 2014년 데뷔한 5세대에 해당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 세그먼트의 경쟁자는 BMW 3시리즈와 아우디 A4다. 여기에 도전하는 차들로는 렉서스 IS와 인피니티 Q50S와 재규어 XE, 제네시스 G70, 캐딜락 ATS 등이 있다. 물론 이 세그먼트의 가장 강력한 모델은 누가 뭐라고 해도 BMW 3시리즈다. 2018년 11월을 기준으로 할 때, 3시리즈는 가솔린 모델인 320과 330만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여름부터 디젤 모델의 판매는 거의 중단한 상태인 데다 내년에 국내에 소개할 신형 3시리즈가 이미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터라 힘이 많이 빠진 상태이긴 하다. 때문에 올해 10월까지 이 세그먼트에 속한 차들의 판매량은 제네시스 G70 11,276대, 3시리즈가 8,006대(투어링 및 GT 포함, M3 제외), 아우디 A4 1,198대, 재규어 XE 569대, 인피니티 Q50S 303대, 캐딜락 ATS가 139대, 렉서스 IS 72대 순이다.

경쟁 모델들이 BMW를 제외하면 모두 4도어 세단 한가지인데 반해 C 클래스의 장점은 다양한 보디와 파워트레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 판매를 시작한 C 클래스는 220d 한가지만을 내놓았지만, 직전까지 팔던 차에는 배기량을 기존으로 가솔린 엔진 3종과 디젤 2종 등 5가지 엔진을 기본으로 기본형인 4도어 세단은 물론이고 2도어 쿠페, 컨버터블, 왜건까지(현재는 국내 판매 중단) 여러 형태의 보디가 만들어지며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때문에 세단 만을 따질 때 올해 10월까지 판매량은 5573대지만, 쿠페와 컨버터블, AMG 모델을 모두 합치면 6392대가 된다. 생각보다 쿠페와 컨버터블의 판매량이 꽤 되는 셈이다. 사실 BMW도 같은 기준으로 보면 4시리즈와 M 모델들을 더해야 하므로 판매대수는 10,523대로 껑충 올라가기 때문에 이 세그먼트의 강자는 BMW 3시리즈인 점은 변화가 없다.

이번에 새로 바뀐 C 클래스는 페이스리프트라고 하기에는 외관의 철판 부품을 포함한 기본적 섀시를 제외하고 엔진과 실내 등 변화의 폭이 큰 것도 독특한 점이다. 변속기는 9단을 유지했지만 엔진은 기존의 배기량 2143cc에서 코드명 OM654 배기량 1950cc 신형으로 바뀌었다. 배기량은 줄었지만 현재 2.0L 디젤 한 가지 엔진만 판매를 시작했으며 C220d 아방가르드 트림 한가지로 권장 소비자 가격은 5,520만원이다. 과거 220d가 배기량 2143cc였던 것에 반해 신형 OM 654 엔진은 1950cc로 배기량은 줄었지만 엔진 출력은 기존의 170마력에서 194마력으로 24마력이 늘어났다.
이 엔진에는 선택적 환원 촉매(SCR) 시스템이 기본으로 장착되는데, 25L 용량의 요소수 탱크와 관련된 제어 시스템이 더해졌다. 최근 강화된 배출가스 규정을 맞추기 위해서, 특히 NOx(질소 산화물) 제어를 위해 꼭 필요한 장비인데, 요소수 탱크가 동급에서 가장 큰 수준으로 실제 주행 환경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꽤 긴 기간 동안 보충할 필요가 없어 소비자 편의성이 좋아졌다. 신형 엔진과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 추가 등 사실상 가격 인상 요인이 크지만 실제 가격은 구형의 5,730만원에서 되려 210만원 내렸다.

여기에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기본으로 달린 장비들의 리스트가 꽤 된다. 겉모습에서는 바뀐 앞뒤 범퍼와 새로운 LED 헤드라이트와 테일램프다. 겉모양은 같지만 내용물이 완전히 바뀌었다. 헤드램프는 좌우 각각 84개의 LED 모듈이 달려 더 넓은 범위를 비춘다. 테일램프 디자인도 완전히 바뀌어 새로운 인상을 주는 반면 어댑티브 하이빔 어시스트 등 적극적으로 조사각을 조절하는 기능이 빠진 것은 아쉬운 부분.
실내에서 가장 큰 변화는 10.25인치로 커진 센터 스크린이다. 브랜드의 특성상 아직까지 터치 스크린이 제공되지 않는 것은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본사에서 개발한 3D 지도가 반영된 내비게이션은 도로 표지판을 확인해 제한 속도 등을 표시해주는 트래픽 사인 어시스트(Traffic Sign Assist) 기능이 더해졌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해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어 편의성은 크게 좋아졌다.

스티어링 휠도 터치 방식의 컨트롤러가 포함되었다. S 클래스와 E 클래스 등 상위 모델에 적용되던 기능으로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계기판의 모양을 바꾸고 여러 기능을 선택하는 등 센터 콘솔의 스위치 조작 외에도 쉽게 제어할 수 있다. 최신의 스티어링 휠이 달린 덕분에 열선 기능이 기본으로 달린 것은 덤. 센터페시아 하단 커버를 열면 Qi 규격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가 포함되어 있고, 벤츠의 커넥티드 서비스인 메르세데스 미를 기본 제공한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목적지를 미리 보낸다거나 차의 현재 위치를 추적하고 원격 시동, 서비스 예약 등을 쉽게 할 수 있어 차를 사용하면서 신경 쓸 일이 크게 줄어든다. 또한 에어백이 펴지는 사고가 났을 때, 안전벨트를 맨 것을 기준으로 탑승자 수를 판단해 긴급 구조 센터로 자동 연결된다. 빠르게 사고에 대응할 수 있으며 긴급 출동 등도 함께 요청할 수 있다.
또한 기본으로 달려 있는 운전자 보조 기능들도 있다. 후측방에서 주행중인 다른 차를 알려주는 사각지대 어시스트와 전방 충돌 가능성이 있을 때 경고와 함께 긴급 제동을 지원하는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는 기본으로 달린다. 또 평행 및 직각 주차와 자동 출차 기능이 있는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도 기본이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새로운 C 클래스는 꽤나 매력적인 상품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요즘 팔리는 이 등급의 최신 차에 달린 운전자 보조 기능이나 편의 장비 등이 옵션으로 빠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여기에는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능동적으로 도로의 기준에 맞춰 제한 속도까지 제어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 능동형 스티어링 보조, 능동형 차선 변경 보조와 교차 통행에 대응하는 능동형 브레이크 보조 등의 최신 기술들을 묶어 주행 보조 패키지 플러스라는 옵션으로 운영한다. 200만~300만원 정도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소식이고 보면 최소한 차 값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물론 이 중 차선 변경에만 관여하는 사양들만 모은 차선이탈 방지 패키지가 있지만 동급의 여러 차들이 더 낮은 가격 혹은 기본사양으로 제공하는 것에 비하면 꽤나 높은 금액인 것은 분명하다.
또 다른 선택사양은 12.3인치 와이드 디지털 콕핏이다. 3가지로 변경이 가능한 디지털 계기판으로 클래식, 스포티 및 프로그레시브 등의 선택이 가능하다. 또한 앞좌석 통풍시트도 옵션인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에너자이징 컴포트 컨트롤이라는 옵션이다. 공조장치와 시트의 열선/통풍, 마사지 및 조명과 음악 등을 조절해 상쾌함, 따뜻함, 활력 등 6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사실 옵션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뒷좌석 안전 패키지다. 2열 시트에 달린 사이드 에어백과 포스 리미터가 달린 두 개의 바깥쪽 안전벨트를 묶었는데 이를 옵션으로 판매한다. 물론 C 클래스 급에서는 앞좌석이 중심이기 때문에 이런 장비들을 선택사양으로 운영하는 것도 나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과연 안전장비를 선택사양으로 한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지켜볼 일이다.
사실 이 프리미엄 중형 세단 세그먼트는 실질적인 브랜드 입문용이자 업그레이드를 위한 발판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각 브랜드의 격전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시장 분석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시장의 강자는 누가 뭐라 해도 BMW 3시리즈다. 내년이 되어 신형 3시리즈가 런칭하고 벤츠 C 클래스도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췄을 때가 진짜 승부를 시작하는 시점이 될 것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동희
이동희 칼럼니스트 :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 기자로 시작해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등에서 영업 교육, 상품 기획 및 영업 기획 등을 맡았다. 수입차 딜러에서 영업 지점장을 맡는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