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vs ‘대장금이 보고 있다’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워낙 시장이 공고할 때는 정공법만이 능사는 아니다. “꿩 잡는 게 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화려함보다는 실속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후발주자인 르노삼성자동차가 현대 기아자동차가 이미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작은 틈새를 벌려 진입하고 있는 과정이 새삼스레 눈에 띈다. 이런 사정은 시트콤이 사라지고 대신 예능드라마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는 코미디드라마의 상황과 비슷하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MBC 예능드라마 <대장금이 보고 있다>와 거기 등장하는 르노삼성자동차의 PPL이 비슷한 전략으로 읽히는 건 그래서다. 자동차 전문기자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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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이 드라마는 : 대장금의 후예 집안으로 음식과 관련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삼남매와 그 주변인들이 벌이는 로맨스 소동극. 절대미각을 가진 첫째와 슈퍼후각을 가진 둘째 그리고 절대 손맛을 가진 셋째라는 판타지 캐릭터를 통해 매 회 시트콤적인 웃음과 함께 멜로가 담겨진다. 특히 자동차 영업점에서의 영업팀장으로 일하는 첫째 한산해(신동욱)와 그 곳에 신입으로 들어온 복승아(유리)의 멜로가 중심스토리가 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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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수(이하 강) : 성적표는 둘째 치고 소녀시대 유리, 개그맨 신동엽의 아내 선혜윤 PD, 성공적인 한류 드라마의 대명사 ‘대장금’이 들어간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끌만한 드라마였다. ‘복승아’ 역을 맡은 유리는 복숭아처럼 순진무구한 색채의 사회 초년생이다. TV만 켜면 온통 ‘먹방’으로 도배 되고 있는 세상이지만, 사회 초년생에게는 ‘맛’과 ‘음식’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부족한 것 또한 현실이다. ‘맛’이 주는 감동보다는 배를 불리기 위한 재료로서의 음식 의미가 더 큰 나이대다. 이에 반해 복승아의 팀장으로 나오는 ‘한산해’는 절대 미각을 지닌 초능력자다. 혀 하나로 음식에 버무려진 맛은 물론, 비법까지 알아채는 능력을 지녔다. 상반 된 두 캐릭터는 직장에서는 노련한 ‘영업팀장’과 물정 모르는 ‘신입사원’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둘의 캐릭터는 본질적으로 ‘음식’과 연결 돼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정덕현(이하 정) : 사실 제목에 ‘대장금’이 들어가 있어 꽤 거창한 느낌을 주는 드라마였다. 하지만 막상 열어보니 멜로가 담겨진 가벼운 시트콤이다. 저마다의 판타지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은 흥미롭지만 시트콤으로서의 웃음의 강도는 약한 편이다. 그래서 기대한 만큼 시청률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지금도 1% 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강 : 매주 목요일 밤 심야 시간에 방송 되는 <대장금이 보고있다>는 예능 드라마로 분류되고 있지만 시트콤의 화법이 노골적으로 사용 되고 있다.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랩을 하기도 하고, 김치를 담그는 장면에서는 팔도 김치 지도가 그래픽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사랑의 감정이 생기면 코피를 쏟아내는 ‘절대후각', 손이 뜨거워져 장갑을 끼어야 하는 ‘절대 손맛’, 미각을 지키기 위해 키스조차 꺼리는 ‘절대미각’ 같은 인물 설정도 시트콤이라 용인 된다. 정형이 없는 것이 정형인 시트콤 방식은 자동차 PPL에도 상식의 허를 찔렀다.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차를 어떻게 그럴듯하게 노출 시킬까 고민하는 게 일반적인 PPL이라면 <대장금이 보고 있다>는 아예 자동차 대리점을 극의 무대로 삼아 버렸다.

정 : 최근 들어 먹방을 소재로 하는 이른바 ‘예능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게 아마도 <식샤를 합시다>일 게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도 주인공이 영업을 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즉 먹방과 영업은 어울리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영업이 주로 음식점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밥 한 끼 하자”는 말은 우리에겐 관계를 잇는다는 의미도 있지 않나. 그래서 <대장금이 보고 있다>에서 자동차 영업점이 통째로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건 아무래도 이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먹방과 영업의 연관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강 : 잘 생기고 능력 있는 영업팀장, 열정은 넘치지만 요령은 부족한 신입사원을 한 공간에 몰아넣은 설정이 바로 르노삼성자동차의 전시장이다. 새 차 구입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차의 디자인을 확인하고, 딜러들로부터 차량 가격과 기능 같은 정보를 얻어가며, 맛보기로 시승까지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자동차 전시장이다. 많은 드라마 제작자들이 극중 무대로 병원이나 법원, 경찰서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 곳이 온갖 에피소드들의 생산지이기 때문이다. 그 측면에선 자동차 전시장도 만만찮은 에피소드 공장이다. 차는 곧 돈이고, 돈이 얽힌 세상에서 사연 없는 인간관계는 없다. <대장금이 보고있다>의 제작자는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제작 방식에서도 상식의 허를 찌른 셈이다.

정 : 드라마가 첫 회부터 보여줬던 것도 영업팀장인 한산해가 자동차 영업을 하기 위해 에어로빅 센터를 복승아와 함께 가는 이야기였다. 손님들의 입맛에 맞게 라면을 대접하며 마음을 사고 드디어 자동차 계약까지 하려는 순간에 복승아가 통통한 체격의 아주머니에게 아무 생각 없이 “예정일이 언제예요? 엄마를 위한 최고의 차. 안전한 차 어떠세요?”라고 물어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 그것이다. 결국 두 사람이 같이 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워 자동차 계약에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담기는데 여러모로 실제 영업 현장이라기보다는 시트콤적인 과장된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다.



강 : 예능드라마의 이런 접근은 르노삼성자동차의 제품 세그먼트 구성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절대치를 장악하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브랜드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힘 대 힘으로 맞부딪히는 정규전보다는 허를 찌르는 게릴라전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수년 간 이 전략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장악하고 있는 세그먼트를 피해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해 존재감을 극대화 했다. 비교적 근래에 출시 된 소형 SUV QM3, 중형세단 SM6, 중형 가솔린 SUV QM6가 대표적이다. QM3는 지난 2013년 쉐보레 트랙스와 함께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하다시피 했다. 앙증맞은 디자인에 1리터당 18.5km를 달리는 고연비로 출시부터 크게 이슈몰이를 했다. 1000대 분량으로 특별 한정 판매를 시작했는데, 단 7분 만에 준비 물량이 모두 소진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더해 쌍용자동차의 티볼리까지 대박을 치자 현대-기아차도 부랴부랴 ‘코나’와 ‘스토닉’을 내놓으며 급성장한 ‘소형 SUV’ 수요에 대응했다.



정 : 르노삼성자동차가 그런 틈새 전략을 통해 어떤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지만, 그 사정이 예능드라마와 딱 맞아 떨어진다고 보긴 좀 어렵다. 사실 시트콤에서 예능드라마로 바뀌게 된 건 매일 꽤 오래도록 방영되는 시트콤의 제작여건이 너무 어려워 매주 1회나 2회를 방영하고 몇 회 분량으로 끝을 맺는 드라마의 형식을 차용한 것뿐이다. 하지만 이러다 보니 예전에 <순풍산부인과>나 <거침없이 하이킥> 같은 김병욱 감독표 시트콤 같은 강력한 재미와 화제가 만들어지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예능드라마에 굳이 먹방 요소를 덧붙인 건 바로 이런 약한 면을 먹방의 자극으로라도 커버하려는 안간힘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강 : 2016년 1월에 출시한 SM6도 중형차이지만 중형차급을 뛰어넘는 감성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기아자동차의 K5가 중형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가격대, 동급 품질로는 승산이 없을 게 뻔하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기존의 중형차 세그먼트에 SM5를 그대로 두고, SM5와 SM7 사이에 존재하는 차급으로 SM6를 배치해 흥행에 성공했다. 중형 SUV인 QM6에서는 한발 앞선 ‘가솔린 엔진’ 전략이 먹혔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9월 중형 SUV에 2,000cc 가솔린 엔진을 얹은 ‘QM6 GDe’를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반신반의했다. 디젤 게이트의 여파로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디젤엔진에 대한 거부감이 싹트고 있기는 했지만, 중형 SUV에까지 ‘탈 디젤’의 트렌드가 옮겨 붙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르노삼성도 출시 당시 가솔린 모델의 폭표 판매 비중을 전체 QM6의 40% 로 잡았다. 그러나 지난 10월 QM6는 3,455대가 팔렸는데, 가솔린 모델인 GDe가 2,906대였다. 무려 84.1%에 이르는 비중이다. QM6는 이 같은 트렌드와 맞물려 출시 1년여 만에 2만대가 팔리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정 : 르노삼성자동차의 틈새 전략이 아예 전시장을 배경으로 삼는 이 예능드라마의 전략과 어느 정도 이어지는 면은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게 과연 그만큼 효과가 있었을까 싶은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먹방에 집중하다가 시트콤이 갖는 코믹한 재미 부분이 오히려 지워지는 것처럼, 영업점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이 자동차의 이미지 홍보를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해냈는가는 사실 잘 보이지 않아서다. 물론 이건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강 : 드라마 <대장금이 보고 있다>가 시청률에서는 고전하고 있다고 들었다. 11시가 넘는 심야시간대에 편성이 됐고, 로맨틱코미디와 음식 콘텐츠가 결합 된 퓨전물이 익숙하지 않아서일 게다. 그렇다고 생기 넘치는 아이디어와 정형의 틀을 깨는 도전정신마저 평가절하 될 수는 없다. 차량은 물론이고 판매 전시장을 드라마의 제작 공간으로 내놓을 수 있는 르노삼성 아닌가? 시트콤에 필수적인 역발상의 단면이 PPL까지 이어지는 모습에서 무릎을 쳤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

강희수 칼럼니스트 : <일간스포츠>에서 프로야구 기자로 출발해 에서 연예부 기자로 활약했다. 다양한 경험을 밑천 삼아 '그들'의 얘기를 열심히 들으며 자동차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 대중문화 속에 담겨진 현실을 분석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백상예술대상 심사위원이고, 현재 SBS 미디어 비평 <열린TV>에서 ‘정덕현의 TV뒤집기’, KBS <연예가중계> ‘심야식담’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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