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빌리티, 가격·시간·편리함 3요소를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가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사람은 편하고 좋은 것에 금방 익숙해집니다. 반면 더 좋은 것에 한번 익숙해진 사람은 다시 불편한 것으로 돌아가려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쉽게 다시 익숙해지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편리함에의 적응은 비가역성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행동의 단계를 줄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X은 지문 인식 대신 페이스 아이디로 인증을 대체했습니다. 덕분에 사용자는 인증 단계에서 손을 굳이 홈버튼에 올리지 않아도 즉시 인증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 행동의 단계를 반(半) 정도만 줄인 것인데도 사용자는 금방 익숙해져서 홈버튼이 있는 아이폰을 사용하면 불편함을 느낍니다.
배달앱도 비슷한 경우로 사람과 직접 대화하지 않아도 되는 점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행동의 단계가 줄어 더 편리하다는 점도 배달앱을 계속 사용하게 하는 중요 요인입니다. 이전에는 전화로 주문할 때 메뉴와 가격을 일일이 얘기해야 했으며, 주소 역시 정확한 전달을 위해서는 다소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배달앱을 통하면 메뉴와 가격에 대해 쉽게 검토할 수 있고 주소 역시 텍스트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여 많은 사용자들이 선호합니다. 배달앱에 한번 익숙해진 사용자는 전화로 주문을 거의 하지 않게 됩니다.
모빌리티에서도 이렇게 행동의 단계를 줄여 편리함을 증대시키는 것과 관련된 용어가 있는데 바로 ‘라스트 마일’입니다. 라스트 마일은 물류 업계에서 미래 전략을 논할 때 주로 언급되던 단어였지만 최근에는 점점 의미가 확장되어 상품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포함해 허브에서 목적지로 이동하는 최종 과정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자면 전철/버스 정류장은 허브라고 할 수 있으며, 정류장에서 집/직장까지의 최종 과정을 라스트 마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스트 마일이 길고, 번거로울수록 이동으로 인한 피로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됩니다. 보통 라스트 마일에 도보로 이동하는 거리가 많을수록 불편함이 커집니다.

이러한 관점을 조금 더 넓혀보면 단순히 허브에서 허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피로도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원 전철에서 녹초가 된 상태로 내리게 된다면 목적지가 역 바로 앞이더라도 피로도가 몹시 높을 테니까 말이죠. 결국 라스트 마일 관점에서 이동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것은 최종 목적지까지 얼마나 편리하게, 빠르게, 적은 비용으로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즉 가격, 시간, 편리함의 세 가지 변수를 어떻게 조합해 라스트 마일 이슈를 해결하느냐에 따라 이동의 만족도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이동할 때 최종 목적지까지 가장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표적인 방법은 아예 허브가 없이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직접 연결되어 라스트 마일 이슈가 최소화되는 자차 이동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교통 상황과 도착지의 주차 문제 해결이 담보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자동차 유지비용이 워낙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 이에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승차 공유를 활용한 이동입니다.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며, 최종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택시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호출 후 차량이 도착하기까지의 리드 타임이 길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결국 현재로서는 라스트 마일 이슈 해결에 압도적인 해결책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매일매일 상황에 따라 위의 3가지 요소를 고려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지 판단을 내려 다양한 이동 수단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물류 관점에서도 라스트 마일 이슈는 마찬가지입니다. 물류 회사들은 최종 목적지까지 최대한 빠르고 저렴하게 상품을 이동시키기 위해 다양한 IT 기술과 데이터뿐만 아니라 공유 경제까지 활용(쿠팡 플렉스, 쿠팡이츠)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정성적인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종 배달 과정에서 상품과 소비자 특성에 맞춘 배달(신선식품, 로켓배송, 샛별배송 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번외의 얘기로 쿠팡은 단순히 이커머스 회사로 볼 것이 아니라 물류에서의 라스트 마일 이슈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회사로 봐야지만 소프트뱅크가 계속해서 수 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배팅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는 사람이든 상품이든 단독 혹은 복합적인 교통수단을 통해 최종 목적지까지의 가격, 시간, 편리함의 3가지 요소의 만족도를 어떻게 최적화할 것이냐가 모빌리티 서비스의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그리고 소비자의 니즈는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폭넓게 만족하기 위해서는 모빌리티 서비스들은 복합적인 방법들을 조합해서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복합적인 교통수단을 제공할 경우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고 교통수단 간의 이동에 들어가는 시간과 번거로움을 최소화하는 심리스(Seamless)한 설계가 매우 중요해집니다. 어떤 교통수단을 택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다양한 이동 수단 간의 연결이 자연스러운 것이 곧 라스트 마일 이슈 해결이 되는 것입니다.
모빌리티 영역은 사람이 몸으로 직접 체감하는 실체가 뚜렷한 영역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나 스마트폰보다도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의 차이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는 영역입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듯 편리함에의 적응은 비가역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한번 편안함을 만족한 사람들은 다시 예전의 불편한 교통수단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소비자들은 모빌리티 서비스가 가진 라스트 마일에서의 경쟁력에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출발지에서부터 최종 목적지까지의 이동 과정 전반의 사용자 경험(UX)에서 기존의 다른 수단에 비해 사소한 개선들도 모이면 결정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카셰어링 회사가 단순히 차량 대여를 넘어서 운전자까지 포함한 대여 상품을 통해 이동을 제공하고(타다), 완성차 업체가 승차 공유에 최적화된 차량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직접 플랫폼까지 운영하는(폭스바겐 모이아) 등 다양한 분야의 플레이어들이 라스트 마일 이슈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들을 고민하는 시대입니다. 뿐만 아니라 택시는 물론이고 자차 이동에 필요한 내비게이션과 주차, 대리 운전 등의 솔루션을 폭넓게 제공하는 회사(카카오 모빌리티)도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움직임은 점점 더 심화될 것이며 결국은 어떤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라스트 마일 이슈를 잘 해결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경쟁력을 평가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하면 이 서비스가 다른 기존의 서비스들에 비해 시간, 비용, 편리함 측면에서 다른 서비스들보다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평가해보면 그 서비스의 흥망성쇠를 점쳐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한 가지 요소에서는 라스트 마일 이슈에 있어 기존의 서비스보다 두드러지게 뛰어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