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클럽맨은 미니를 과거와 미래로 나눈다

[김종훈의 차문차답(車問車答)] 미니 클럽맨은 현재 2세대다. 1세대는 미니 쿠퍼의 왜건형이다. 2세대는 좀 다르다. 형태야 미니 쿠퍼의 왜건이지만,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BMW에 둥지 튼 미니가 변화하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랄까. 미니 클럽맨은 미니의 기함으로 불린다. 미니다운 기함. 미니의 발랄한 개성을 DNA에 담은 채, 고급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넘어가려 한다. 개성 강한 미니 타던 사람이 나이 먹고도 탈 수 있는 미니를 위해. 마니아와 대중의 새로운 접점을 찾기 위해.



Q. 미니 클럽맨은 미니라는 브랜드의 외연을 넓힐까?

미니는 특별한 브랜드다. 미니가 특별한 이유를 말하는 데만 해도 이 지면을 다 쓰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1959년 이후로 이어진 정체성. 클래식 디자인 콘셉트나 발랄하고 경쾌한 활동 등 미니의 정체성은 요소요소 수두룩하다. 긴 시간 정체성을 이어왔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 시간을 이겨낸 개성은 언제나 값지다. 투박한 정통 오프로더가 이 시대에 생존한 그 자체만으로 가치를 지니듯이.

물론 BMW가 인수한 이후로 미니는 변화했다. 몸집이 커지고, 차종도 늘어났다. 그렇다고 정체성이 현저히 희석되는 변화는 아니었다. 누가 봐도 미니지만, 미니를 타온 사람은 아는 변화. 계승과 변화, 혹은 확장 사이에서 무엇보다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 BMW 품에서 미니는 꽤 잘해왔다. 3세대로 바뀌며 변화의 폭이 컸다. 그만큼 저항도 컸다.



미니 클럽맨은 하나의 모델 이상으로 의미가 있다. 미니의 기함답게 방향성을 제시한다. 즉, 변화된 성격을 명확히 보여주는 모델이자, 설득해야 하는 모델이다. 고급이라고 말한다고 그냥 수긍할 리 없다. 그 첫 시도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향후 미니의 활동 범위가 달라진다. 여전히 미니 같으면서 조금 다른 미니로서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난이도가 높다.

미니 클럽맨은 6도어다. 1세대 미니 클럽맨은 코치 도어를 품은 5도어다. 트렁크를 양쪽으로 여는 스플릿 도어도 특징이다. 미니 클럽맨은 2세대로 바뀌며 코치 도어를 버리고 스플릿 도어는 챙겼다. 5도어 해치백을 선보이며 예고한, 일반적인 뒷문도 달았다. 적절히 개성을 고수하면서 접근성을 높인 셈이다. 뒷문의 존재 여부가 은근히 진입 장벽이니까.



다분히 노골적인 하체 성격도 진입 장벽으로 존재했다. 미니의 자랑 고카트 주행 성격은 꽉, 조인 하체에 일정 지분이 있다. 역시 조인 스티어링 휠과 만나 미니의 운전 감각을 좌우했다. 미니 클럽맨에선 이 두 요소를 꽤 풀었다. 미니 클럽맨을 운전할 때 BMW가 떠올랐다. 외관은 미니지만 운전할 때 BMW가 떠오르는 건 득일까, 실일까?

물론 미니다운 날렵한 감각이 완전히 휘발되진 않았다. BMW 차량 역시 역동적 성격으로 유명하잖나. 궁합이 맞다. 앞서 말했듯 균형 감각이 필요했고, 둘을 잘 섞었다. BMW가 떠오르는 미니는 고급화 전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노골적으로 단단한 하체는 예전부터 미니의 (마니아에게는) 장점이자 (대중에게는) 단점 아니었나. 다시 장벽을 낮췄다.



실내 또한 장벽을 낮출 요소로 조정했다. 원형에 집착하는 디자인 요소를 누르고, 대신 보다 진중한 요소로 감쌌다. 이때 클래식이라는 단어가 빛을 발했다. 그동안 미니의 클래식은 경쾌함과 겹쳤지만, 클래식과 고급은 통하는 면이 있다. 클래식 수트처럼 잘 연결되면 또 다른 개성으로 작용한다. 미니 클럽맨의 스플릿 도어라든가, 실내 디자인의 결이라든가. 미니의 웰컴 라이트라니. 그동안 주력한 경쾌함을 덜어내고, 그 공백에 클래식이라는 고급스러움을 채웠다. 영리하다.

미니의, 미니 클럽맨의 변화는 성공적이다. 부드럽게 방향을 전환, 아니 영역을 확대했다. 적절히 넣고 뺀 모델의 완성도도 높고, 그 모델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반응도 좋다. 반응은 숫자로 나타났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니 클럽맨은 2,184대 팔렸다. 해치백 모델이 4,865대 팔렸으니 확실히 미니 클럽맨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2,121대 팔린 미니 컨트리맨보다 높다. 미니 컨트리맨은 미니의 판매 대수를 올려준 볼륨 모델이었다. 미니의 SUV라는 영역을 확장했다. 미니 클럽맨 역시 미니의 고급화라는 영역을 확장했다. 덕분에 미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었다. 단지 판매율을 떠나 미니의 변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미니 클럽맨은 질문에 충분히 답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김종훈 칼럼니스트 : 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남자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것들에 관해 글을 써왔다. 남자와 문화라는 관점으로 자동차를 다각도로 바라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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