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과 재규어랜드로버, 무엇이 이들을 초조하게 만드나
재규어랜드로버 vs [SKY 캐슬]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브랜드명 하나가 막강한 이미지의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자동차 브랜드로 재규어만큼 강력한 이미지를 주는 차가 있을까. 앰블럼과 함께 시대가 바뀌어도 클래식한 외관을 고집해 오히려 주목받게 만드는 브랜드가 재규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도 내실이 채워지지 않으면 결국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것이 금세 드러나기 마련이다. 겉으론 화려해보여도 속은 비어있다면 그 실망감은 더 큰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우리에게 SKY로 불리는 명문대의 이미지도 비슷하지 않을까. 명문대 출신들로 성공했다는 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왔던 탓인지, 그 이미지가 내실 있게 다가오지 않는 요즘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방영되고 있는 JTBC 드라마 [SKY 캐슬]과 거기 협찬되고 있는 재규어랜드로버는 어쩐지 닮은 듯 보인다. 자동차 전문기자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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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이 드라마는 :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곳 ‘SKY 캐슬’. 그 곳에 사는 부모들은 남다른 자녀교육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는데, 자식들이 이른바 ‘SKY’에 들어가느냐 아니냐에 따라 자신들 삶의 성공 여부가 판단되기까지 하는 곳이 그 곳이다. 화려한 성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자녀에 대한 학대들. 그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통해 사교육의 문제를 담는 드라마가 바로 [SKY 캐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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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수(이하 강) : ‘SKY’는 선망이다. 하늘이라는 뜻의 이 영어 낱말은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인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소위 명문대를 지칭한다. ‘캐슬’은 뜻 그대로 외부와 차단 된 ‘성’이다. 이 두 단어를 조합하니 재미있는 조어가 탄생한다. JTBC 드라마 [SKY 캐슬]은 소위 명문대를 나와 사회 지도층에 편입된 이들이 ‘그들만의 성’에 머무르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불행하게도 ‘몸부림’의 표출 대상은 그들의 자녀들이다. 명문대를 나와 사회적으로 성공해 ‘SKY 캐슬’에서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 단지 그들의 자녀로 태어났다는 이유 때문에 치러야 하는 대가치고는 너무 잔인하다. 이 드라마는 마침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제작협찬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산다는 고급 주택지 ‘SKY 캐슬’은 중의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적어도 그 안에서 자녀 교육에 목매달고 있는 몇몇 인물, 즉 염정아가 연기하고 있는 한서진, 김병철이 연기하고 있는 차민혁에게 ‘SKY 캐슬’은 SKY를 가야만 거주가 허가 되는 성(캐슬)이다.

정덕현(이하 정) : 이중적인 상징을 담은 이 드라마는 제목을 봤을 때부터 저들만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그들에 대한 비판이 뒤섞여 있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하늘을 뜻하기도 하고 동시에 명문대를 뜻하기도 하는 ‘SKY’가 이중적인 의미를 갖듯이 ‘캐슬’로 지칭되는 저들만의 성 역시 이중적이다. 그건 외부로부터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아이들이 탈출하고 싶어 하지만 탈출할 수 없는 감옥처럼 그려지고 있어서다. 첫 회에 서울대 의대를 합격한 한 아이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를 모두 부러워하지만 알고 보니 안으로부터 썪어들어간 집이었다. 감금하다시피 하며 공부를 시키는 부모에 반발한 아이는 입시 코디네이터가 ‘복수하기 위해 공부하라’고 부추기자 합격한 후 가출함으로써 결국 그 엄마가 자살하는 사건으로 이어진다. 단단하고 화려한 성인 줄 알았더니 그게 다 허장성세였다는 걸 폭로하는 드라마다.



강 : 재규어-랜드로버가 갖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가 바로 그 ‘캐슬’과 유사하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의 자존심으로 영국민들에게 사랑 받아온 브랜드가 ‘재규어랜드로버’다. 디자인에는 고고하게 흐르는 기품이 있다.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민들의 정서가 깃들어, 대대로 이어온 ‘헤리티지’를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는 집단이다. 하지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던 영국이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치며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잃어가는 것처럼 이 브랜드도 위기를 겪는다.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구조를 재편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미국의 포드를 거쳐 2008년 인도의 타타 자동차그룹에 인수 됐다. 영국의 자존심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 기업에 인수 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져 영국민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정 : 사실 자동차에 문외한인 나도 재규어가 위기라는 이야기를 꽤 자주 들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재규어-랜드로버의 차량 결함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폭주한다는 뉴스를 보고, 저게 진짜 재규어 이야기 맞나 하고 의심했던 적도 있었다. 내 머리 속에 있는 재규어의 이미지는 고풍스럽지만 고집스럽고 기술력 또한 오래도록 최고의 위치에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차로 남아 있어서다.

강 :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서도 재규어-랜드로버는 해결이 쉽지 않는 난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난제의 시작은 크고 작은 장치 결함에서 비롯된 제품력이다. 수만 가지의 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는 그 부품을 기계적 장치와 전자적 장치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현대의 자동차는 전자적 장치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재규어랜드로버의 기계장치는 한 때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주도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문제는 전자적 장비가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옛 명성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데 있다. 자동차의 기계장치와 전자장비는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는데, 전자장비에서 문제가 발생하다 보니 온갖 기계장치까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가속 불량, 진동과 소음, 엔진 꺼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불량 등의 사례가 국내에서도 다수 확인 돼 구매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정 : 재규어랜드로버가 가진 위기상황을 듣다 보니 묘하게 드라마 [SKY 캐슬]과 그 이미지가 연결되는 느낌이다. 이 드라마에서 핵심적인 인물은 바로 입시 코디네이터로 등장하는 김주영(김서형)이다. 이 인물은 일 년에 딱 두 명만 선택해 집중적인 코디를 해주고 100% 서울대에 합격시켜준다는 전문가다. 물론 이 인물 때문에 ‘SKY 캐슬’에서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지만 집안이 파탄 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한서진(염정아)은 자신의 딸을 김주영에게 맡기려던 걸 파기하려 하지만 방법이 그밖에 없다는 걸 알고 결국 ‘악마의 거래’를 하게 된다. 마치 그의 손을 잡으면 저들만의 세상 속으로 반드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동아줄처럼 김주영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의 딸 케이는 어딘지 온전한 정신을 가진 아이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 겉으론 모든 게 완벽해 보이고 빈 틈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걸 잃은 듯한 인물이 바로 김주영이라는 것이다. 재규어랜드로버가 갖고 있는 대외적 이미지와 실제 사이의 괴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강 : 재규어 랜드로버의 위기는 이 뿐만이 아니다. 자동차를 수입하는 수입사와 국내 소비자들에게 차를 판매하는 딜러사가 별개의 기업으로 움직이는 구조도 소비자 불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 딜러사는 수입사로부터 차를 사와서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수입사가 일단 딜러사에 차를 판매하고 나면 애프터서비스까지 딜러사의 몫으로 넘어 간다. 딜러사는 수입사로부터 구매가 끝난 차를 교환하거나 환불하게 되면 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수시로 엔진이 꺼지는 결함에도 좀처럼 교환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다. 이 구조는 비단 재규어랜드로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수입사가 대동소이하다. 과다 경쟁으로 딜러 마진까지 포기하면서 판매에 열을 올려야 하는 딜러사들이 사실상 서비스 부문에서 수익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도 소비자 불만을 부채질 한다. 딜러사 처지에서는 한계치에 다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면 굳이 서비스센터를 늘리고 싶지 않는 게 속마음이다.



정 :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재규어랜드로버는 특유의 강한 인상을 준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포기하려 했던 염정아가 입시 코디네이터 김서형을 잡기 위해 쫓아가는 장면에 등장하는 레인지로버 벨라는 이 인물이 가진 절박함을 잘 표현한다. 이 차는 외형만 봐도 어딘가 압도하는 느낌이 있고 부딪쳐도 차 몇 대 정도는 간단히 밀어내버릴 것 같은 위압감이 있다. 하지만 강 기자가 말하는 재규어랜드로버의 속사정을 들어보니 그 위압감이 허장성세 같은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강 : 염정아가 레인지로버 벨라로 ‘입시 코디네이터’ 김서형이 운전하는 재규어 XF를 가로막으며 극의 긴장도를 높이고 있지만, 극중 염정아와 김서형 못지 않은 고민을 안고 있는 게 재규어-랜드로버다. 프리미엄 이미지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에는 그 몇 배의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염정아의 남편이자 주남대학병원 정형외과 의사 강준상(정준호)가 랜드로버의 럭셔리 SUV 레인지로버를, 오나라(진진희)가 재규어 콤팩트 SUV E-페이스를, 그녀의 남편 우양우(조재윤)가 재규어 중형 SUV F-페이스를 몰며 ‘스카이 캐슬’을 온통 재규어랜드로버 천지로 만들어 버리는 모습에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절실함이 엿보인다.



정 : 재규어랜드로버와 [SKY 캐슬]이란 드라마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건 어쩌면 우리네 교육문제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이른바 ‘SKY’로 불리는 명문대에 가면 뭐하나. 여기 등장하는 아이들 중 대부분은 그 부모들 탓에 인성 또한 비뚤어져 있다. 심지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편의점을 털어도 부모는 그게 공부에 도움이 된다며 내버려둔다. 이런 인물이 SKY에 들어가 사회에 나와 권력층에 오르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겠나. 겉보다는 속이 단단해야 하고, 이미지보다는 내실이 좋아야 한다는 건 재규어랜드로버든 우리네 교육문제든 마찬가지가 아닐까.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

강희수 칼럼니스트 : <일간스포츠>에서 프로야구 기자로 출발해 에서 연예부 기자로 활약했다. 다양한 경험을 밑천 삼아 '그들'의 얘기를 열심히 들으며 자동차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 대중문화 속에 담겨진 현실을 분석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백상예술대상 심사위원이고, 현재 SBS 미디어 비평 <열린TV>에서 ‘정덕현의 TV뒤집기’, KBS <연예가중계> ‘심야식담’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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