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활약상> : 볼보 그리고 XC40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 다음 자동차 칼럼니스트들이 독단과 편견으로 뽑은 2018년 올해의 자동차

(5) 올해의 활약상 - 볼보 XC40

한번 굳어진 생각을 바꾸기는 힘들다. 오랜 시간 여러 상황과 사건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정해지면 좋든 싫든 오래 간다. 그렇기에 수많은 브랜드가 그 생각을 좋은 쪽으로 이끌기 위해 고심한다. 뭉뚱그려 ‘이미지’라고 해도 좋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그 이미지에 울고 웃는다.

이미지는 새로 만드는 것보다 바꾸는 게 어렵다. 좋은 이미지는 천군만마 부럽지 않을 우군이지만, 나쁜 이미지는 천형이라도 받은 듯 가혹하다. 나쁘지 않고 밋밋하더라도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밋밋하다는 이미지 역시 고정돼 있다. 매력적 시각으로 바꾸려 하지만 장벽이 높은 건 마찬가지다.

딱 볼보의 위치가 그랬다. 그러니까 XC60이 나오기 전 볼보. 좋지 않은 이미지? 그렇지 않았다. 지금처럼 그때도 북유럽풍이라는 특징을 담고 있었다. 척박한 환경에서 피어난 인간중심의 철학과 디자인. 안전을 강조하는 볼보의 생각이야 말로 인간중심적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조명이나 원목을 이용한 간결한 가구도 모두 추위를 피해 실내생활 비중이 높은 생활상을 반영한다. 예전 볼보 계기반 불빛이 편하고 디자인이 간결하다 못해 담담한 이유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볼보의 중심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예전에는 그걸 보여주는 방식이 지극히 덤덤했을 뿐이다. 안전이란 단어만 너무 또렷했고, 디자인은 담담한 나머지 투박해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그래서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말이다. 밋밋한 이미지는 그렇게 형성됐다. 손때 묻어 쓰기 편한 도구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볼보를 대했다.



그런 볼보가 변했다. 변화의 기폭제는 디자인. 눈을 사로잡아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디자인의 힘은 기능을 넘어선다. 2013년에 공개한 쿠페 컨셉트는 기존 볼보와 달랐다. 기존 볼보가 대장간에서 만든 투박한 도구였다면, 쿠페 컨셉트는 금속공예가가 공들여 빚어낸 작품이었다. 매끈한 금속이 표출하는 긴장감이 차체 전체에 스몄다. 이제는 볼보의 상징이 된 주간주행등은 미래적인 장식이다. 몇 십 년을 훌쩍 건너뛴 느낌이었다. 비약적 변화는 양산차 XC90에 담았다. 컨셉트카만의 과시가 아니었다.

실내 역시 사뭇 달라졌다. 보다 적극적으로 북유럽의 결을 담았다. 편안하면서 세련미 넘치고, 간결하면서 고급스러웠다. 잘 그렸을 뿐만 아니라 좋은 질감과 소재로 채웠다. 북유럽 모델하우스에 온 느낌마저 들었다. 공들여 꾸민, 그러면서도 편안해지는 공간이 주는 힘은 컸다. 외관 디자인과 맞물려 잘 지어놓은 집 같았다. 바워스&윌킨스(Bowers & Wilkins)가 조율한 소리로 공간을 채우기까지 해 더욱 풍요롭게 했다.

볼보의 변화는 모든 라인업으로 퍼졌다. XC90만의 특혜가 아니었다. S90에도, XC60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감정은 시종일관 유지했다. 이런 변화가 볼보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었다. 몇 가지 바뀐 정도로는 기존 이미지를 허물기 힘들다. 볼보는 내놓는 모델마다 같은 변화의 질을 유지했다. 꾸준했고 강렬했다. 밋밋한 이미지를 뒤집었다.



XC40이 변화의 1장 완결판이다. 물론 앞으로 나올 다른 모델 또한 변화의 연속성을 이어나갈 거다. 그리고 지금 시장의 최대 관심차종은 SUV. XC40은 볼보의 SUV 라인업을 완성하는 모델이다. 양적으로 성장할 전환점이 될 모델이도 하다. 결과적으로 XC40은 성공이었다. 출시 한 달 만에 900대 넘게 팔았다. 볼보코리아 최대 판매기록을 경신했다. XC90부터 시작된 볼보의 변화는 XC40에도 이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그러면서도 XC40만의 특색도 잊지 않았다. 이게 쉽지 않은 일인데도 말이다. 상위모델을 보고 C세그먼트 모델을 보면 아쉬움이 생기게 마련이다. 낙수효과로 내려오다 보면 차급에 따라 덜어내니까.

물론 XC40도 덜었다. 중요한 건 덜어내기만 하지 않고 새로운 컨셉트를 적용한 점이다. 공간의 고급스러움은 덜어냈지만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컴팩트 SUV의 경쾌함과 맞닿는 개념이다. 실내공간을 책상처럼 활용해 수납공간을 알차게 짰다. XC40을 타는 사람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볼보답게 생각하고 배려했다.

볼보의 변화에 사람들이 반응했다. ‘없어서 못 판다’는 설명이 얼마나 직관적인가? 이 반응을 XC40 또한 이어 나갔다. XC90을 보고 볼보의 변화에 두근거렸다. XC40 역시 두근거리게 했다. 라인업의 정점과 아래 모델 모두 두근거리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참신하게 볼보 SUV 라인업을 완성했다. 올해 볼보와 XC40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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