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보코리아 ‘메이드 인 차이나’의 진실은?
[전승용의 팩트체크] 가끔 어른들께 이런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중국과 일본을 이렇게 무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라고요. 중국은 ‘짱깨’, 일본은 ‘쪽발이’라고 부르며 우습게 여긴다는 거죠. 뭐, 중국과 일본도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단어가 있을 테니 표현 문제는 일단 접어두더라도, 세계 2위의(또는 2위였던) 경제 대국을 이런 패기로 상대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할 듯합니다.
그런데 이 두 나라를 보는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일본은 부러움 섞인 질투의 감정이라면, 중국은 뭔가 미개 문명을 대하는 듯한 무시의 감정이랄까요. 정치 체제 및 경제 발전의 순서상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이 이뤄낸 결과를 인정하기 싫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짝퉁을 만들어내며 스스로의 이미지를 깎아 먹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몇 주 전 팩트체크에서 쓴 ‘없어서 못 판다는 볼보 XC40·XC60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란 칼럼에 적힌 댓글입니다. 그러고 보니 다음자동차 선정 ‘올해의 차’에서 볼보 XC40이 <올해의 활약상>에 뽑혔다는 기사에도 비슷한 댓글이 달렸네요. 뭐, 요즘 나오는 볼보 관련 기사에는 빠짐없이 올라오는 댓글이기는 합니다.
‘made in china’ 표현이 깔끔하네요. ‘입금되셨나 제대로 볼보 빨아대네’ 기자는 대부분 가난합니다. ‘횡설수설하지 말고 짱깨가 직접 생산한건지 스웨덴에서 생산했는지 그것만 궁금하다’ 기사는 제대로 안 읽으셨지만, 목표는 확실하네요. 이분이 궁금해하는 팩트체크 들어가겠습니다.

국내에 판매되는 중국산 볼보는 S90 단 한 모델뿐입니다. 많은 분들이 볼보 차량이 모두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사실은 볼보가 올해 국내에 판매한 10종의 차종 중 유일하게 S90 한 차종만 중국산입니다. 요즘 한창 인기 있는 XC40은 벨기에 겐트 공장에서, XC60과 XC90은 스웨덴 토슬란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입니다. 참고로 내년 출시될 S60은 전량 미국에서 만들어져 미국산이 들어옵니다.
아, 먼저 이런 질문이 왜 나왔는지를 살펴보죠. 간단합니다. 볼보가 2010년 중국 지리 자동차에 인수되었기 때문이죠. 그때부터 국내 소비자들은 중국산 볼보를 국내에 판매할지를 궁금해 했고 볼보코리아는 절대 중국산 차량을 국내에 팔지 않을 것이고, 팔 일도 없을 것이라 단단히 못을 박았습니다.
그런데 왜 말을 바꿔서 중국산 볼보를 국내에 들어오게 됐냐. 그것은 바로 볼보의 글로벌 생산 전략 때문입니다. 중국 지리에 인수된 볼보는 새로운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그것은 신형 XC90에서 시작된 제품 라인업 변화뿐 아니라 생산 공장에 대한 계획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볼보는 S90을 전량 중국 다칭 공장에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니 중국산 볼보가 국내에 들어올 수밖에요. 아무리 볼보코리아에서 중국산은 안 된다고 버텨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죠. 아예 S90을 국내에 안 파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었습니다.
볼보코리아 측은 부랴부랴 “중국 다칭 공장은 최첨단 시설과 기술, 양질의 인력 등을 갖춘 볼보의 최신 제조 시스템을 갖춘 곳”이라며 “볼보는 엄격한 글로벌 품질 및 제조 기준을 세계 생산 공장에 동일하게 적용해 생산 국가와 상관없이 비슷한 품질과 성능을 지닌다”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불신이 높은 국내 소비자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이미 2017년 초부터 다칭 공장에서 만들어진 S90이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세계 62개국에 수출되고 있었는데도...

사실 이 부분은 볼보코리아에 책임이 있는 듯합니다. 2016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볼보자동차 하칸 사무엘손 CEO는 한국 시장에 중국산 제품을 들여올 계획이 없다고 말했고, 볼보코리아 이윤모 대표 역시 지난해 9월 열린 신형 XC60 출시 행사에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죠.
물론, 볼보코리아는 나름의 저항을 했습니다.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미국과 독일, 스웨덴 등에는 지난해 초부터 중국산을 판매했는데, 우리나라는 왜 1년도 더 지난 올해 6~7월부터 판매하게 됐는지.
볼보코리아가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를 고려해 중국산은 절대 안 된다고 버텼기 때문입니다. 과장이 아니라 우리나라는 중국산 S90이 가장 늦게 들어온 나라입니다. 중국 다칭 공장에 모든 물량을 넘긴 스웨덴 토슬란다 공장에서 마지막까지 만들던 S90은 우리나라를 위한 차량이었습니다. 뭐,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요.
볼보코리아 측은 “최대한 중국산은 들여오지 말자는 우리의 정책은 그대로다”면서 “중국을 포함해 두 나라 이상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최대한 중국산을 제외하고 가져오자고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중국산 S90이 들어오면서 가격도 많이 내렸습니다. 2018년형 모델과 비교해 차 가격의 약 10%에 달하는 600만원이 인하됐네요. 처음에는 생산지가 스웨덴에서 중국으로 바뀌면서 물류비 등을 절약하거나, 중국 생산 원가가 줄어들어서 내린 줄 알았습니다.
이에 대해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물류 및 생산 비용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서 “중국산 차량을 들여오는 위험 요소에 대해 볼보와 볼보코리아가 함께 부담하는 차원에서 양사의 이익을 줄이면서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습니다. 품질에 문제가 없다면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인 셈입니다. 품질에 문제가 없다면 말이에요.
마무리를 하며 한 말씀 드리자면, 비단 볼보뿐 아니라 다른 ‘중국산’ 자동차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을 미리 준비해야 할 듯합니다. 지리는 단순히 볼보만 인수한 것이 아닙니다. 2017년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인 로터스를 흡수했고, 올해 2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속한 다임러 AG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습니다. 특히, 이들의 기술을 적용한 링크엔코는 엄청난 속도로 미래 자동차 시장에 적응하고 있죠. 거대한 중국 자본은 그로기 상태의 브랜드를 순식간에 살릴 뿐 아니라 엄청난 속도로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중국과 중국산, 중국 자본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