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아름다운 차> : 현대자동차 아반떼
어중간하게 끼기를 거부한 다이내믹한 디자인

◆ 다음 자동차 칼럼니스트들이 독단과 편견으로 뽑은 2018년 올해의 자동차

(10) 올해의 아름다운 차 - 현대자동차 아반떼

우선, 올해의 아름다운 차로 뽑힌 현대차 아반떼에 축하를 보내며, 담대한 도전정신이 선정 이유임을 밝힌다.

아반떼는 더 이상 괜찮은 수준의 차가 아니다. 물론, 아반떼가 최고의 디자인, 최고의 퍼포먼스를 지닌 모델은 아니다. 그럼에도 신형 아반떼는 “나는 뚜렷한 개성을 지녔고, 그렇기에 내가 입은 디자인에 자신이 있다”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그렇다, 아반떼는 앞으로 현대차 디자인이 어떻게 전개될지 암시하는 모델이다.

현대차 가문의 제네시스 G90은, 부모님이 모임에 갈 때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잘 생기고 몸 좋은 맏아들이라면, 벨로스터는 관심을 독차지하는 귀엽고 쾌활한 막내다. 아반떼? 대가족의 중간에 낀 아이다. 중간에 낀 아이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는 많은 독자들이 잘 알고 있을 터.

첫 출시부터 아반떼는 적당한 곳에 자리했다. 눈에 띌 필요 없이 그저 중간 정도 가는 자동차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우람할 필요 없는 적당한 사이즈에 지나치게 힘이 넘칠 필요 없는 적당한 퍼포먼스, 충성스러운 팬을 끌어 모을 필요도 없이 그저 인상만 찌푸리게 하지 않을 적당한 디자인의 차. 현대차 간판모델이 아니기에, 새로운 디자인이 나왔다고 해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올해의 아반떼는 다르다. 완전히 달라진 둘째 아이가 가문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현대차 디자인팀에 새로운 인물(루크 동커볼케 디자인 부사장과 이상엽 전무)이 영입된 이후, 현대차는 몇몇 컨셉트카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 방향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경험 많은 이들 디자이너들은 ‘현대차 디자인을 한 차원 높여야 한다’는 임무를 받았다.

이제는 다른 주요 브랜드를 쫓아가기 바빴던 시절의 현대차가 아니다. 이미 주요 브랜드 반열에 올랐고, 다른 브랜드들이 추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제네시스라는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거느린 메이커다. 이제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그것도 디자인의 리더. 소위 ‘가성비 갑’이라 불리며, 가격 대비 괜찮은 품질의 차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방법은 이제 더 이상 현대차의 마케팅 전략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을 보여주어야 하며, 프리미엄을 추가로 지불하더라도 꼭 구입하고 싶은 디자인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기에 현대차는 지금 독창적이면서 세련미 넘친 디자인 언어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 언어, 새로운 디자인 방향을 보여줄 모델로 아반떼를 선택했다는 점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 얼마나 과감한 행보인가!

개인적으로, 이 차의 프론트엔드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동급모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담하고 공격적인 모습이다. 디자인에 많은 변화를 준 리어엔드 역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지그재그 형태의 LED 라이트 디자인이 파격적이다. 아반떼가 잘 생길 필요도, 몸짱이 될 필요도, 그렇다고 빼어난 운동선수가 될 필요도 없는, 중간에 낀 둘째라는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말이다.



새로운 디자인은 수수하지 않다. 삼각형의 헤드램프와 지그재그 라인은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이다. 현대차는 어중간하게 끼기를 거부했다. 현대차는 자신들만의 분명한 디자인 명제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자신의 성명을 발표할 때는 참신하지만 강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그리고 아반떼로 이를 설명한 것이다. 때때로 새롭고 대담한 디자인이 요란하고 허풍 가득하게 보일 수 있다. 비빔밥에 고추장이 빠지면 밋밋하지만, 또 너무 과하면 다른 맛이 다 묻혀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삼각형이며 지그재그 라인 등을 적당한 범위 내에서 적용했다. 아반떼 디자인이 다이내믹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아반떼의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누군가는 세련미 넘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이상하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대담하지만 절제된’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디자인은 예쁘고 못생김을 따지는 분야가 아니다. 예쁨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인가? ‘예쁜 디자인’이라는 것은 주관적이다. 보기 좋은 디자인이 목표가 아니라, 브랜드의 확실한 개성을 불어넣어 줄 디자인이 중요하다. 세상에 이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 알리는 게 디자인의 목적이다.

현대차가 디자인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것은 그들의 생존 및 성공을 위한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현대차가 아반떼를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뗐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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