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아차상> : 기아자동차 K3
형님을 넘어서고 싶은 당찬 동생의 외로움

◆ 다음 자동차 칼럼니스트들이 독단과 편견으로 뽑은 2018년 올해의 자동차

(11) 올해의 아차상 - 기아자동차 K3

[올해의 자동차] 냉정히 생각하자. 만약 이 차가 기아차 K3가 아니고, 저 차가 현대차 아반떼가 아니라면 이 둘의 운명은 반대가 되었을 수도 있다. 브랜드 차이가 K3와 아반떼의 운명을 바꿔 놓은 건 아닐까? 기아차는 내심 기대했다. 이번에는 뭔가 다를 거라고. 장밋빛 미래를 그렸을 게 분명하다. 마침내, 그 지긋지긋한 영원한 2인자 자리를 떨칠 기회라고 말이다.

실제로도 신형 K3의 성공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분위기가 좋았다. 리틀 스팅어라 불릴 만큼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고, 중형차치고는 꽤 넉넉한 실내공간도 확보했다. 또, 아반떼보다 먼저 스마트스트림 파워트레인을 얹어 한 번에 성능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데다가 다양한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로 최고의 상품성을 보였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K3에 대한 자신감은 가격에 그대로 나타났다. 출시 당시 옵션을 제외한 트림별 가격이 아반떼보다 최대 170만 원이나 비쌌다. 나름 파격적인 행보였다. 아반떼 모델체인지를 앞둔 현대차가 파격할인을 하든 말든, 기아차는 K3 고급화 전략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했고, 제대로 적중했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영업일 7일 기준 사전계약대수가 무려 6천 대. 첫 달 판매량도 5천85대(구형 1천615대 포함)로 순조로웠다. 특히, 두 번째 달에는 6천925대로 아반떼(5천898대)를 넘어섰다. 구형 모델 1천273대가 더해진 숫자이긴 하지만, 2012년 9월 1세대 K3가 나온 이후 처음으로 아반떼 판매량을 앞질렀다. 다음 달에도 K3는 신형만 5천 대 넘게 팔며 기세를 이어 나갔다. 이 정도 분위기라면 신형 아반떼가 나오더라도 승부를 겨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K3 효과는 여기서 멈춘다. 6월 4천74대를 시작으로 7월 3천583대, 8월 2천668대, 9월 2천382대로 K3 판매량은 점점 줄었다. 기아차는 수출물량 확보 때문에 국내 판매가 부진했다는 이유를 댔지만, 관계자들은 곧 나올 신형 아반떼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판매량이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한줄기 희망은 있었다. 새로운 아반떼 디자인이 유례없이 혹평을 받은 것. 최고의 예술 작품이 장난꾸러기 손에 훼손이라도 당한 듯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당시 분위기로는 아반떼는 더 이상 준중형세단 왕좌를 유지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예상대로 아반떼는 예전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출고를 시작한 10월 7천228대가 팔렸지만, 아반떼란 이름값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였다. 11월에는 6천243로 더 떨어졌다. K3에게 기회가 생긴 듯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잠깐 들기는 했지만, 역시나로 끝났다. K3는 아반떼를 넘어서지 못했다. 10월~11월 월 평균 4천 대 수준으로 판매량에 반등을 보였지만, 여전히 아반떼와는 월 판매에서 3천 대 가량 차이가 났다. 반전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



10월 초, 기아차는 K3의 GT버전 카드를 꺼냈다. 아반떼 스포츠에 들어간 1.6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을 넣고, 해치백 모델까지 추가했다. 특히, 해치백 모델의 매끈한 디자인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지지를 받으며 출고일자를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10월과 11월, 두 달이 지나도 K3 GT는 나오지 않았다. 노조와의 생산문제 합의에 문제가 생겼다. 하루 이틀 흘러간 시간은 순식간에 두 달을 가득 채워버렸고, K3 GT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었다. K3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그래서 더 아쉽다. 이번에 나온 신형 K3는 여러모로 기아차의 자신감이 충만한 모델이었다. ‘준중형 그 이상의 상품성’을 목표로 스타일, 성능, 안전 및 편의장비, 연비 등 동급경쟁 뛰어넘는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차, 그리고 아반떼의 ‘테스트베드’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분명 K3의 상품성은 뛰어난데, 왜 신형 아반떼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질까? K3에 들어간 다양한 장비들도 왜 신형 아반떼를 위한 예행연습 같아 보일까? 이는 비단 K3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아차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로, 그룹 차원에서의 대승적인 조정이 절실하다. K3의 물량 부족이 아반떼를 더 많이 팔기 위함이라는 음모론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저작권자 © 오토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