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은 과연 아테온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유럽에서 2017년 6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아테온이 긴 인증 과정을 거쳐 드디어 한국에서 소비자와 만났다. 디젤 게이트 이후 판매 중단이라는 어려움을 겪었던 폭스바겐코리아 입장에서는 아테온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켜 주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차는 사라진 페이톤으로부터 기함의 자리를 물려받았다는 점, 그리고 뛰어난 스타일과 충분히 만족감을 주는 주행 성능을 가지고 등장했다는 것 등, 상품성 측면에서도 부족할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테온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생각한다면 장기적으로 폭스바겐이 바라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이곳 독일, 유럽 시장의 관점에서 아테온의 한계와 가능성을 짚어 보도록 하자.



◆ 아테온(Arteon)의 한계

아테온은 이전에 없던 신차처럼 등장했지만 엄밀하게 보자면 세대 교체된 모델이다. 파사트 CC에서 CC로, 그리고 다시 아테온으로 그 계보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상위급 아테온의 등장과 함께 폭스바겐 CC가 단종된 것으로 말하지만, 연장선으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전면부의 예술적 디자인에 비하면 뒤로 갈수록 익스테리어 신선함은 떨어진다. CC의 익숙한 라인이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실내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유럽형 파사트와 거의 구분이 어렵다. 그래서 아우토빌트 같은 독일 전문지는 아테온을 두고 ‘파사트의 고급 파생 모델’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 CC나 파사트의 연장선, 혹은 파생모델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플래그십으로서 아테온만의 새롭고 독립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용기가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완전히 새로운 기함으로 아테온을 계획하지 않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유럽 운전자에게 익숙할 대로 익숙한 파사트 및 CC와의 연결고리를 분명하게 끊지 않은 것은 아테온의 한계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전 세대에 비해 많은 부분 변화를 주고 거의 모든 면에서 발전을 이룬 투아렉이 폭스바겐의 진짜 기함으로 적합해 보인다. 아테온의 크기는 전장과 휠베이스를 기준으로 보면 D세그먼트, 그러니까 중형급 세단과 E세그먼트(준대형급)의 사이에 위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아테온 전장 : 4862mm, 휠베이스 : 2837mm
▪ 아우디 A5 전장 : 4733mm, 휠베이스 : 2820mm
▪ 현대 쏘나타 전장 : 4855, 휠베이스 : 2805mm
▪ 아우디 A6 전장 : 4939mm, 휠베이스 : 2924mm
▪ 현대 그랜저 전장 : 4930mm, 휠베이스 : 2845mm



독일에서는 특히 아테온이 아우디 A5와 자주 비교되었는데 성능과 공간 등에서는 크게 뒤질 게 없지만 브랜드 이미지, 아테온의 이름값만 놓고 보면 여전히 독일 프리미엄들과 경쟁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가격 차이를 두지 않는 이상 판매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전에 한 번 언급한 적 있지만, 아테온이 프리미엄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기술 혁신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잘 안 보인다. 독일의 한 대기자는 아테온을 향해 ‘엄밀히 프리미엄도 아니고 혁신적 기술도 없는 차’라고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이런 고급 세단의 경우 유럽에서는 독일 3사가 시장을 확실히 휘어잡고 있기 때문에 이 단단한 방어막을 뚫고 아테온이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무언가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한방은 디자인만으로는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결국 이런 제한된 변화는 판매량으로 나타났다. 카세일즈베이스 사이트에 올라온 아테온의 유럽 판매량은 2017년 6월부터 12월까지 9,798대였다.

나오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 2017년 자료는 제외하더라도 본격 궤도에 올라섰을 2018년의 경우 1월부터 10월까지 총 18,679대가 팔렸다. 요란한 등장에 비하면 아직 기대할 수준은 아니다. 참고로 경쟁 모델로 언급되는 아우디 A5는 지난해 유럽에서 61,619대가 팔려나갔다.

다만 누군가의 표현처럼 아테온 판매량이 유럽에서 ‘폭망’ 수준은 아니다. 전 세대 CC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망했다는 표현보다는 애초부터 이 급에 폭스바겐의 고급 세단이 보일 수 있는 판매량을 보인 것이라고 하는 게 맞다. 관건은 폭스바겐이 아테온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 올릴 수 있느냐인데, 나름의 가능성도 읽힌다.



◆ 아테온의 가능성

아테온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많이 할애하고 칭찬할 수 있는 것은 그럼에도 역시 스타일이다. 앞서 익숙한 파사트, 익숙한 CC의 느낌이 난다고 하긴 했지만 독일에서는 그걸 고려하더라도 디자인 만족감이 높다는 오너들 평가가 자주 보였다. 전작 CC보다 더 젊어진 느낌에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거기에 매료돼 차를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디자인만큼 고객의 마음을 빼앗기 좋은 도구도 없다.

아테온을 독립적 기함으로 애써 놓지 않더라도 기존 CC 고객층과 아테온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새로운 수요층을 묶어 성장시킬 수 있다. 이는 폭스바겐 차원에서 CC를 대할 때와 아테온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에 전사적 지원을 받는 아테온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끝으로 슈팅 브레이크가 2019년에 나온다는 점은 아테온에 가장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한다. 유럽에서 세단이 판매량을 높이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왜건은 필수다. 예를 들어 아우디 A4의 경우 판매된 10대 중 1~2대 정도만 기본형이고 나머지는 모두 왜건일 정도로 인기는 절대적이다. 폭스바겐도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테온은 괜찮은 차다. 경차 UP부터 투아렉까지 거의 모든 폭스바겐 자동차를 운전해 보면서 느낀 만족감은 절대 작지 않았다. 이런 장점을 아테온에서 더 느끼면 느꼈지 못하진 않을 것이다. 기본 위에 조금만 더 과감하게 디자인을 바뀌고 기술적 성취를 함께 이룬다면 유럽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아테온은 긴 성공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폭스바겐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페이톤의 실패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테온을 전폭 지원할 텐데 과감하게 나아갈 수 있을까? 다음번 부분 변경 모델을 보면 어느 정도 그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참! 그리고 소소한 부분이지만 이 기회에 꼭 바뀌었으면 하는 게 하나 있다. DSG 기어 노브 디자인이다. 감싸고 있는 가죽을 포함한 주변부 디자인과 소재의 변화가 시급하다. 사골을 우려도 너무 오래 우렸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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