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모터사이클> : 혼다 슈퍼 커브 110
모터사이클과 인류 역사에 대한 공헌

◆ 다음 자동차 칼럼니스트들이 독단과 편견으로 뽑은 2018년 올해의 자동차

(12) 올해의 모터바이크 - 혼다 슈퍼 커브 110

[올해의 자동차] 2018년을 대표할 모터사이클? 국내시장만을 생각한다면 답은 간단했다. 200마력에 육박하는 모터사이클을 2천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시대다. 100킬로그램이 조금 넘는 무게의 엔듀로 모터사이클은 최고출력이 50마력에 가깝다. 시속 300km 경쟁은 이미 20년 전에 끝났다. 0→시속 100km의 가속은 2~3초면 충분하다. 엄청난 스펙을 가진 모터사이클이 즐비하고, 에어백이 ABS와 능동형 서스펜션 같은 장비들이 모터사이클에 갖춰지는 게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2018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모터사이클로 혼다의 슈퍼 커브 110을 말하기에 주저하지 않겠다.

슈퍼 커브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모델도 아니고 엄청난 기술이 투입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렸느냐? 아니다. 슈퍼 커브가 국내에 안착하고 그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한 해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슈퍼 커브가 탄생한 지 60년이 되는 해. 꼭 그 기념은 아니었지만 한국에 모델체인지 되어 등장한 슈퍼 커브는 단시간에 큰 인기를 끌었다. 2017년식까지는 철저하게 비지니스 모델로의 사용에 맞춰져 있었다. 그간 꾸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오리지널 커브와 같은 디자인, 더 넓은 화물칸, 밝은 헤드라이트, 디스크 브레이크 등 많은 요구사항을 수집해 60주년에 맞춰 새롭게 선보인 슈퍼 커브의 반응은 뜨거웠다.



혼다코리아는 상용 100퍼센트에 가깝게 홍보마케팅을 전개했음에도 실제 판매는 6:4 비율 정도였는데, 2018년식 한국 사양 개발에도 상용의 목적이 더 컸다.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서스펜션과 대형 캐리어를 달았다. 그러나 막상 반응이 폭발한 것은 젊은층의 패션 바이크로의 접근이었다. 특히, 국내 사양 컬러 선택 단계에서 성공의 의구심이 있었다는 ‘그린’ 컬러는 품귀현상이 일어났을 정도. 결국 소비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에 완성모델을 국내에서 재도색해 판매하는 이례적인 일도 벌어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디자인적으로 예쁘고, 가격도 만만하다는 게 가장 현실적인 이유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도 좋은 명분이 많다. 연비 좋고, 내구성과 신뢰성이 아주 좋다. 스쿠터와 달리 기어변속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클러치 레버를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되니, 기어변속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더구나 전세계 누적판매가 1억 대. 혼다코리아는 2년 주행거리 무제한 보증을 걸었다. 걱정 없이 탈 수 있는, 재미있고 경제적인 탈 것, 60년의 역사에서 오는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의 가능성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배달용 오토바이’를 커브를 통해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지난 5월 론칭한 2018년 슈퍼 커브는 11월말까지 2천300대 가량 판매되었다고 한다. 혼다코리아의 목표치는 달성한 상태. 2017년식 슈퍼 커브의 판매고가 500대 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다섯 배 가깝게 판매가 올라갔다. 그리고 가격. 237만 원의 가격은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에게도 환영받았고 세컨드 혹은 서드카로도 쉽게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이 넘쳤다.



슈퍼 커브는 모터사이클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모델. 아니 빠지면 안 되는 모델이다. 일본산 모터사이클의 득세와 모터사이클의 보급, 그리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술도 있었다. 어떤 모터사이클이 60년 동안이나 그 이름을 전하고, 형태도 크게 바뀌지 않은 채 이어질 수 있었던가? 오직 커브 시리즈뿐이다. 이 작은 모터사이클이 오늘의 혼다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브는 진정한 의미의 모터리제이션을 이끌어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이동수단이 되어준 것. 한 대의 모터사이클이 많은 나라의 경제성장의 밑바탕이 되었고 개인용 이동수단으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어떻게 보면 슈퍼 커브는 인류를 나아갈 수 있게 했던 가장 중요한 바퀴 중 하나이다.

2018년, 이제야 슈퍼 커브의 모습과 가치가 대중들에게 제대로 알려지고 평가받게 되었다. 슈퍼 커브의 가능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알려지게 된 새로운 탄생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최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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