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함의 미덕으로 묵묵히 가는, 혼다 뉴 파일럿

[김종훈의 차문차답(車問車答)] 언제나 혼다자동차는 그랬다. 확 끌어당기지 않았다. 대신 이리저리 둘러보다 보면 의외로 멈추게 했다. 처음부터 혼다를 타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명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국내 판매율이 말해준다. 대신 나름대로 꾸준하다. 몇몇 대표 모델은 뭉근하게 판매율을 지킨다. 혼다의 진면모는 국내보다 해외다. 특히 미국이다. 미국에서 혼다는 많이 판다. 베스트셀링을 넘어 스테디셀링 모델도 꽤 된다. 혼다는 드러나지 않는다. 어쩌면 드러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대신 견고한 신뢰를 쌓는다. 신차 뉴 파일럿도 마찬가지일까?



Q. 대형 SUV로서 혼다 뉴 파일럿만의 매력이 뭘까?

수입 대형 SUV는 확고부동한 강자가 있다. 포드 익스플로러다. 결산 때마다 이름을 드높인다. 수입 자동차 판매 순위 10위에 이름을 올린다. 더구나 SUV로서는 유일하다. 매번 볼 때마다 놀란다. 익스플로러가 이렇게 많이 팔리나? 많이 팔린다. 숫자가 증명한다. 수입 대형 SUV 시장의 점유율을 포드 익스플로러가 거의 포식하는 셈이다. 국내에 7인승 SUV 차종 자체가 많지 않은 점도 주효했다. 이쯤 되면 익스플로러는 대형 SUV의 상징이다.

그 그늘에 파일럿이 있다. 파일럿은 국내에 2012년 2세대 모델이 출시했다. 당시 미국에서 잘 팔리는 대형 차종을 국내에 도입하던 시기였다. 파일럿과 함께 오딧세이도 출시했다. 둘 다 기존 강자가 있었다. 대형 SUV는 익스플로러, 밴은 토요타 시에나. 미국에서처럼 국내에서도 점유율을 다퉈줄 거라 기대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힘을 발휘하진 못했다.



점유율을 떠나서 혼다 대형 차종이 출시하며 영향을 미친 건 있다. 시장을 넓혔다. 당시만 해도 아직 대형 자동차 시장은 세단만 확고했다. 나머지는 변방이었다. 서로 점유율을 다투기 전에 시장을 넓혔다. 미약하더라도 새로운 흐름이었다. 혼다 입장에선 아쉬울지 모른다. 장기적으로는 모두 나쁘지 않다. 시장은 성장할 여지가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제 파일럿은 처음보다 점유율을 부쩍 높였다. 나름대로 대기 고객도 만들었다. 갈수록 큰 자동차 찾는 성향 상 시장은 커질 게 분명했다. 그 사이, 수입 프리미엄 대형 SUV도 들어왔다. 제품이 늘어나면 고객이 불어난다. 누가 먼저든 그렇게 흘러간다. 파일럿은 그 흐름에서 지나해 1,382대 팔렸다(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 익스플로러에 5분의 1 수준이다. 적을까? 수입차 시장 베스트 10에 들어가는 자동차와 대적해 일군 숫자로는 적지 않다.



파일럿은 조금씩 점유율을 넓혔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확 끌어당기진 못했다. 벽돌 쌓듯이 조금씩 높였다. 대신 일단 쌓으면 견고하다. 혼대 대표 차종이 그렇잖나. 어코드가, CR-V가 그렇다. 폭발적이진 않지만 꾸준하게. 한 번 타본 사람이 세대 바뀐 같은 모델을 사는 경우도 흔하다. 브랜드 충성도는 이렇게 생긴다. 시간이 걸린다. 대신 충성도의 폭이 깊다. 어쩌면 이 전략이 혼다의 장점이자 단점일지도 모른다. 화려하게 끌리는 무언가가 없으니까. 대신 오래 경험할수록 믿음직한 신뢰를 쌓는다. ‘기술의 혼다’라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파일럿은 이제 3세대다. 최근 부분 변경한 뉴 파일럿을 내놨다. 2세대에서 3세대로 바뀔 때 변화 폭이 컸다. 2세대는 정통 SUV의 질감이 두터웠다. 3세대부터는 도심형 SUV다운 부드러움을 둘렀다. 생김새도 마찬가지다. 각을 베어내고 세단과 비슷한 패밀리 룩을 따랐다. 이번 뉴 파일럿은 도심형 SUV로서 편의성을 강화했다. 그릇을 더욱 반짝거리게 닦았달까.



등화류를 LED로 바꾸고, 전면 디자인을 크롬으로 치장했다. TFT 디지털 계기반을 차용하고, 안드로이드 기반 디스플레이 오디오도 장착했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흐름에 맞췄다. 기술적으로도 개선했다. 주행 보조장치인 ‘혼다 센싱’을 기본으로 적용하고, 전자식 버튼 타입 9단 자동변속기도 장착했다. 차세대 에이스 바디를 적용해 충돌 안전성도 높였다.

하나씩 따지면 많이 변했지만, 실제로 보면 딱히 잘 못 느낀다. 그것 역시 장점이자 단점이다. 조금씩 개선했지만, 막상 실물을 보면 무난해 보인다. 신차만의 반짝거림이 적다. 뾰족하게 사로잡는 게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형 SUV를 사려고 하는 사람에겐 조금 다르게 전해진다. 천천히 몸집 키워 대형 SUV에 도달한 가장이 많을 거다. 한 번 사면 오래 탈 가능성이 높다. 그럴 때 매력적으로 보일 지점이 다르다.



오랫동안 타야 한다는 대명제. 끌리는 외관보다 탄탄한 내실을 더 따진다. 포드 익스플로러라는 대표 모델과 비교해 오래 탈 때 좋은 부분들. 리터당 1km 더 달리는 연비나 9단 변속기라는 최신 기술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내구성에서 정평 나 있는 혼다라는 브랜드다. 대체로 무난하지만, 해서 오래 타기에 적합하다. 뉴 파일럿은 여전히 그 위치에서 선택할 사람을 기다린다. 개선 방향성도 그쪽에 치중했다. 빛냈지만 그리 빛나지 않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지만.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김종훈 칼럼니스트 : 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남자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것들에 관해 글을 써왔다. 남자와 문화라는 관점으로 자동차를 다각도로 바라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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