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 업계, 생존권 외치기보다 모빌리티 혁신 주역이 돼야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요즘 택시 업계는 카풀과의 전쟁이 한창입니다. 택시 업계는 지난 10월 18일과 11월 22일에 이어 12월 20일 대규모 집회를 통해 카카오의 카풀 도입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구도가 새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진출로 인해 잠시 소강상태이던 갈등이 다시 물 위로 떠올랐을 뿐 지난 1년간 관련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논란은 1년 전 풀러스의 드라이버가 본인의 출퇴근 시간을 정하여 해당 시간에 운행할 수 있는 시간 선택제 도입 이후 시작된 논란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간 그대로입니다.
택시 업계는 그동안 일관되게 카풀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에 관련한 모든 논의를 거부해왔습니다. 제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관련 제도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끝장 토론을 하면서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추진한 해커톤은 택시 업계가 4차산업혁명위 위원장과 민간위원들에 IT 업계 출신이 많아 중립성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참가를 거부해 번번이 무산되었습니다. 택시 업계는 그 어떤 대화도 거부한 채 오직 택시 4개 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성명서)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대규모 집회를 통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택시 업계가 이렇게 카풀에 대한 어떤 논의도 수용하지 않고 실력 행사를 통해서라도 본인들의 뜻을 관철시키겠다고 하는 이유는 이를 본인들의 “생존권” 문제로 보기 때문입니다. 카풀을 제한된 형태로라도 허용해주면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영업권을 침해할 것이고, 약간이라도 양보해주면 결국 언젠가는 완전히 양보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민감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택시 업계는 이미 이전에도 이러한 실력 행사를 통해 우버를 한국에서 막아낸 경험이 있습니다. 2013년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도 상황은 지금과 몹시 유사했습니다. 택시 업계는 지금처럼 실력행사에 나섰고 우버의 사업 모델은 현행법상 허용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적극적으로 규제에 나서 우버 창업자가 한국에서 여객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기소되기도 하는 등 우버는 2015년에 우버X 모델을 접고 고급 택시인 우버 블랙과 우버 이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택시 업계는 이때의 기억을 “승리의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고 이번에 역시 그때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굳이 우버 사례에 한정 짓지 않더라도 택시 업계는 오랜 시간 강력한 투표 결집력과 구전을 통한 바닥 민심에의 영향력을 통해 정치권에 영향력을 미쳐 원하는 것을 얻어낸 경험이 여러 번 있습니다. 택시 업계는 이번에도 현행 여객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카풀을 전면 금지화하는 법안을 국회에 상정하는 데까지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우버 사례는 물론 과거의 그 어떤 사태와도 다릅니다. 우선 우버는 현행법상 금지였지만 카풀은 예외 조항을 통해 법적으로 허용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택시 측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법규의 개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한 2013년에 비해 2018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승차 공유 기업들은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고, 모빌리티 혁신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모델이 한국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풀러스와 럭시를 통해 실증된 상황입니다. 커다란 흐름 자체가 택시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반대로 2013년에 비해 2018년 현재 택시 입장에서 불리해진 요소는 더욱 많습니다. 택시 산업에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문제점은 2013년이나 2018년이나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택시 잡기는 여전히 어렵고 승차거부를 경험하는 사람들 역시 여전히 많습니다. 또한 여전히 운전자들은 도로 위에서 거칠게 운전하는 택시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으며 승객들 (특히 여성들)은 택시 기사의 불친절한 서비스에 상처를 입은 경험이 많습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택시 업계, 그리고 정부가 5년 간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일반 시민들의 택시 기사들에 대한 불만은 오히려 계속 누적되어 커지기만 해왔습니다. 택시 산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감은 택시 파업 관련 기사의 댓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택시 산업은 현재 국민들이 택시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만 합니다.

거기다 택시 종사자들의 평균 연령은 계속해서 높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버스와 택시를 모두 이용해 보면 기사들의 연령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버스 기사는 30대를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반면에 택시는 30대는 거의 볼 수 없고 대부분이 50~60대 이상입니다. 이는 젊은 층이 택시 산업에 더 이상 진입하지 않기 때문으로 이 덕분에 법인 택시 1대 당 기사 수는 곧 1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경우 도산하는 택시 업체가 나올 수밖에 없고 더 구인난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에서 아무리 부가세를 감면해주고 유류보조금을 지원해줘도 비용 구조 상 버틸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택시 업계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지난 5년 간 큰 변화 없이 왔지만 이제는 굳이 아직 다가오지 않은 자율주행차 시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정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든 상황이 다가온 것입니다. 결국 택시 업계는 이전처럼 택시 시장의 관점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빌리티 시장 내에서 택시의 역할을 고민하면서 스스로 변화해야만 합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승차 공유는 아직 대중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전문 기사가 아닌 다양한 일반인이 공급자이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느끼는 서비스의 퀄리티가 균일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타다와 같은 상업적 목적의 기사 포함 렌트카 서비스는 비용 구조가 택시에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높아 한계가 뚜렷합니다. 디젤, 카니발 차량, 전업 서비스 기사와 LPG, 중형 세단, 개인/법인 택시 기사를 비교해보면 이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더군다나 택시는 유류비 지원 등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지원도 해줍니다. 택시 업계는 이러한 유리한 요소들을 활용해서 국민들이 어떤 점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지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점과 이를 해결하겠다는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합니다. 스스로의 역량만으로 변화하기 힘들다면 다른 기업들과도 개방적인 태도로 협력을 진행해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는 단순히 생존권을 외치는 것만으로는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없으며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를 택시가 주도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만 하는 때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택시 업계가 택시를 이용한 카풀 모델을 제시하는 등 나름의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일방적으로 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방법들을 열린 관점으로 검토하면서 이슈를 주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족을 붙이자면 택시 사업은 면허 사업이지만 택시 운전은 자격증입니다. 혹시 택시 업계에서 얘기하는 생존권은 “택시 사업자”에 대한 생존권이지 않을까요? 법인 택시 기사는 하루 10시간이 넘는 장기간의 노동에도 불구하고 5시간 안팎의 소정 근로시간 밖에 인정 못 받는 데다가 높은 사납금으로 인해 최저임금보다 못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들로서는 굳이 택시가 아니더라도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운전으로 소득을 벌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이들을 위해서라도 택시 업계는 스스로 변화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