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모어 징크스 따윈 없는 테슬라 모델 X

[김종훈의 차문차답(車問車答)] 테슬라 모델 S를 처음 탔을 때 느낌을 기억한다. 폴더폰만 쓰다가 아이폰을 처음 만져봤을 때의 느낌이랄까. 분명 휴대폰이긴 한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모양이, 질감이, 인터페이스가 새로웠다. 그 차이가 전화를 걸고 받는 기본적 능력까지 새삼 다르게 만들었다. 모델 S도 강렬했다. 전기모터는 내연기관의 능력치를 비웃었고, 기존 자동차 회사의 경험치는 테슬라 앞에서 빛을 잃었다. 새롭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처음이라서 더.



Q. 모델 X는 모델 S처럼 신선할까?

모델 X는 모델 S 다음 모델이다. 모델 S는 처음이라는 점이 강하게 작용했다. 처음이기에 시선을 사로잡았고, 처음이기에 장점이 부각됐다. 보통 이럴 때 후속 모델은 고민이 많아진다. 소포모어 징크스가 꼭 스포츠에서만 나타날 리 없으니까. 모델 X도 모델 S처럼 자극할 수 있을까? 모델 X를 타기 전 궁금한 유일한 하나였다. IT 신제품 발표회장에서 혁신을 기대하는 사람처럼 모델 X를 바라봤다.

모델 X에 앉는 순간, 첫 번째 참신함이 전해졌다. 모델 X는 SUV다.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형태지만 아무튼. 시트고가 높고 시야가 시원하다. 기존 자동차 시장에 SUV가 성장할 수 있던 힘은 모델 X에도 당연히 발휘됐다. 시트 높이와 시야가 달라지면서 새로운 감각을 획득했다. 모델 S와 같은 전기모터를 품었어도 가속 질감이 달라진다. 그 차이가 모델 X를 새롭게 받아들이게 한다. 확 트인 개방감을 만끽한 채 ‘워프’하듯 달려 나가면, 또 새롭다.



모델 X의 개방감은 차고가 올라간 이유도 있지만, 새로운 발상도 영향을 미쳤다. 모델 X 앞유리는 지붕까지 넘어간다. 파노라믹 윈드 실드로 명명한 이 형태는 운전자에게 새로운 시야를 제공한다. 시트로엥 DS 4가 먼저 시도한 방식이긴 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보다 과감하게 적용했다. 운전석에서 고개를 들면 하늘이 보인다. 우주선이라도 탄 듯 새롭다.

모델 X의 실내는 모델 S와 비슷한 형태다. 단 형태는 비슷하지만 완성도를 높였다. 소재와 질감을 보다 잘 스며들게 다듬었다. 모델 S에서 불만으로 나온 인테리어 단차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더 넓어진 공간을 더 꼼꼼하게 채운 셈이다. 후속 모델인 만큼 모델 S의 단점을 보완한 티가 나타났다. 덕분에 테슬라의 상징이 된 센터페이사 대형 터치스크린이 더 빛난다. 버튼이 없어 더 말끔해 보이는 건 테슬라의 장점이다. 실내의 질을 높였다는 건 그 장점을 더욱 갈고닦았다는 뜻이다. 모델 S의 불만이 모델 X에선 잦아들었다.



모델 X에는 SUV라는 패밀리카 성격에 어울리는 흥미로운 요소도 넣었다. 센터페시아 대형 터치스크린에는 오직 재미를 위한 기능도 있다. 풍선 모양 아이콘을 건드리면 각 좌석별로 방귀소리가 들린다. 장작불 아이콘을 건드리면 화면 전체에 장작불 타는 영상이 재생된다. 기능이라고 말하기 민망할까? 하지만 기존 자동차 어떤 기능보다 흥미롭다. 휴대폰에 담긴 재미 기능처럼 자동차에도 넣으면 왜 안 돼? 하는 테슬라 직원의 위트가 돋보인다.

이런 발상은 기존 자동차 회사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자동차와 위트는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별 거 아닌 듯 보이지만 이 요소들이 테슬라를, 모델 X를 달리 보게 한다. 가령 차량 모양 스마트키 옆구리를 누르면 실제 그 위치 차량 문이 열린다. 직관적이면서 재치 넘친다. 모델 S도 같지만 팔콘 윙 도어 유무가 참신함을 더욱 끌어올린다. ‘생화학무기 방어모드’라는 기능 또한 실제로 쓸 확률은 희박해도 어릴 때 상상력을 자극한다. 미래 자동차를 그릴 때 넣던 그런 기능들 아닌가. 이런 요소들은 새롭게 접근하려는 테슬라의 기조에서 비롯됐다. 모델 X는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만큼 이 부분들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팔콘 윙 도어. 앞서 말한 독특함을 다 채운 후 팔콘 윙 도어로 화려하게 포장했다. 걸윙 도어는 특별한 자동차의 상징처럼 기능한다. 모델 X는 팔콘 윙 도어라고 따로 명명했다. 기존 걸윙 도어와는 작동 방식이 다른 까닭이다. 관절이 움직여 좁은 곳에서도 덜 부담스럽다. 혹시 모를 사고도 센서로 방지한다. 멋을 챙기면서 멋만 챙기지 않았다. 해서 더 달라 보인다. 팔콘 윙 도어를 열고 닫을 때마다 모델 X는 완전히 새롭게 다가왔다.

모델 X는 모델 S가 완전히 잊힐 정도로 강렬하다. 기존 통념을 깨는 유연한 발상은, 모델 S보다 모델 X가 압도적이다. 질문의 답은 모델 X가 충분히 제시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김종훈 칼럼니스트 : 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남자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것들에 관해 글을 써왔다. 남자와 문화라는 관점으로 자동차를 다각도로 바라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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