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업계, 향후 6개월이 매우 중요한 까닭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지난 몇 개월 사이 카풀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급격하게 부상했습니다.

사실 2018년 상반기까지 카풀 관련 이슈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카풀을 최초로 시도한 스타트업 풀러스가 주도해왔습니다. 풀러스와 럭시 등 카풀 서비스가 한창 성장하던 2017년 하반기 풀러스가 출퇴근 시간 선택제 시범 서비스 도입을 발표하고 이에 택시업계가 반발하고 나서면서 카풀 논란이 최초로 점화되었고 이에 따라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카풀을 주요 의제로 설정할 정도로 사회적인 관심도가 증가했습니다.



택시업계의 반발로 인해 6개월 넘게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하던 와중 2018년 6월 풀러스가 갑작스럽게 대규모 구조 조정에 들어가면서 다시 카풀 이슈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잠시뿐이었습니다. 전 국민에 걸쳐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지닌 카카오(카카오 모빌리티, 이하 카카오)가 2018년 2월 (당시) 2위 카풀 업체 럭시를 인수한 지 약 8개월 만인 2018년 10월 카풀 시범 서비스 도입을 발표하면서 카풀에 다시 한 번 전국민적인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카풀 시범 서비스에 택시업계가 이전보다 극명하게 반발하고 나서며 이슈는 더욱 확대되었고, 본격적인 카카오-택시 간의 갈등 구도로 전환되었습니다.

티맵 택시는 이러한 틈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를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카셰어링 업체 쏘카는 커플전용 SNS 비트윈을 운영하던 VCNC를 인수해 타다라는 기사 포함 렌터카 서비스를 통한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에 나서면서 택시의 대안으로써 주목을 받았습니다.



◆ 급격히 증가한 카풀에 대한 사회적 관심

최근 1년 간의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카풀은 지상파 뉴스에서도 주요하게 다룰 정도의 아젠다가 되었습니다. 2017년 4분기 풀러스가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도입하고, 이에 택시 업계에 반발할 때만 해도 아직 카풀 관련 논란을 인지도 못했거나 관심이 없는 국민들이 대다수였었습니다. 이는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나서 택시와 카풀업계 간의 갈등을 중재하려는 시도를 하던 2017년 4분기와 카카오가 카풀 시범 서비스 도입을 발표한 2018년 4분기 언론 기사의 숫자만 봐도 비교가 안 되는 수준으로 명확하게 차이가 납니다.



◆ 모빌리티 업체, 누가 이슈를 주도했는가?

이렇게 카풀에 사회적 관심도가 집중됨에 따라 모빌리티 업계의 4개 업체 중 누가 가장 큰 관심을 얻었을까요? 이는 검색어의 흐름을 살펴보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1) 카카오: 사회적 관심을 주도했지만 실리를 얻지는 못함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면 카풀이 전국민적 관심을 얻을 수 있었던 계기는 카카오라는 브랜드가 시범 서비스에 나섰기 때문이 명확합니다. 카카오 카풀은 시범 서비스 도입을 발표함과 동시에 기존 카풀 시장을 주도하던 풀러스의 검색량을 단번에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카카오의 브랜드 파워가 거대한 만큼 실제 카풀 서비스의 영향력과는 무관하게 택시 업계의 생존권이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더욱 컸고, 이에 따른 저항은 더욱 격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티맵 택시가 이러한 틈새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공고했던 카카오 택시의 아성이 흔들리는 상황이 닥친 데다가 국토부에서 우선 시범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사회적대타협 기구에 참석할 것을 권유하자 카카오는 결국 카풀 시범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흐름만으로 봤을 때 카카오 모빌리티는 사회적 관심도를 주도했지만 실리는 챙기지 못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택시 합승이나 앱 미터기 도입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택시 호출을 활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카풀보다는 택시 호출 시장을 지키는데 당분간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2) 티맵 택시: 카카오와 경쟁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

카카오 모빌리티가 아직 실리는 챙기지 못한데 반해 티맵 택시는 카풀 논란으로부터 수혜를 입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에 티맵 택시는 카카오 택시에 밀려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은 거의 얻지 못하고 SK 및 관련사들의 법인 고객들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유지하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와 택시 업계가 갈등하는 틈을 노려 일반 소비자에게는 SKT 멤버십을 활용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택시 기사들에게는 강력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카카오의 아성에 균열을 낼 가능성이 보일 정도로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최근 택시업계는 카카오에 대한 배신감으로 카카오를 거부하고 승객들에게 티맵 택시를 홍보하고 있어 앞으로 카카오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며 아직은 티맵 택시가 카카오에 명확한 경쟁 우위가 없는 상황이라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또한 티맵 택시 역시 택시 호출 시장에서의 영역을 확고히 하고 나면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 SK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풀러스를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럴 경우 택시 기사들이 카카오에 그랬던 것처럼 티맵 택시에도 반발을 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한편 택시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자체 택시 호출 플랫폼인 티원 택시를 런칭했습니다.

3) 풀러스: 재정비로 시간을 보내며 주도권을 잃어가는 중

기존의 카풀 시장 이슈를 주도하던 풀러스는 조직을 재정비하느라 카카오의 카풀 시장 진출로 인해 카풀 시장에 사회적 관심도가 쏠리는 유리한 흐름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분명 우리나라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카풀의 가능성과 편익을 실증하고, 정부에서 해당 이슈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고 국민 편익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중재가 필요하다고 느끼기까지 풀러스의 역할은 절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갑작스럽게 기존 사업을 이끌던 대표의 사임과 함께 엄청난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기존에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던 인력들을 전부 내보내고 새롭게 조직을 정비하느라 좋은 흐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였습니다.

기존 인력들을 모두 내보내면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비스를 운영하고 시장을 주도하면서 쌓은 경험이 사라졌기 때문에 조직을 재정비하는데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던 풀러스는 최근에서야 2.0을 표방하며 다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카풀 시범 서비스 도입을 발표하며 사회적 관심도를 모았을 당시 실질적으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던 것은 풀러스뿐이었기 때문에 이 좋은 타이밍에서 실리를 얻지 못한 것은 풀러스 입장에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또한 지난 연말 풀러스는 무상 카풀을 주창하며, 향후 풀러스 주식과 교환이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는 “풀러투게더” 카드를 야심 차게 꺼내 들었지만, 수요자가 무상 여부를 택한다는 점과 풀러스 주식의 가치가 불분명한 상황 때문에 드라이버들의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어 위기 타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카풀에 사회적인 관심도가 증가한 덕분에 지속적으로 관심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타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었지만 지속 가능성이 문제

타다는 여객운수사업법 시행령 상에 11인승 렌터카를 기사 포함해 대여할 수 있는 조항을 활용해 별도의 법규 개정이나 법규 해석에 따르는 논란 없이도 운영이 가능한 모빌리티 서비스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의가 있는 서비스입니다.



타다는 택시와 대조되는 쾌적한 차량과 친절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으며 택시 업계에서 파업을 진행하자 택시의 대안으로써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서비스 퀄리티와 적극적인 PR을 통해 활용해 지난 10월 서비스를 런칭한 이후 몇 개월만에 급격한 관심도 증가를 이루어 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11인승 디젤 카니발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만큼 비용 부담이 크고, 차량 대수 증가를 기사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자 퀄리티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타다가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인 서비스 퀄리티 면에서 경쟁이 될 수 있는 택시 서비스가 등장하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KSTM은 타다의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택시 모델인 “마카롱 택시" 런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 카풀 시범 서비스가 잠정 중단된 지금 택시업계의 다음 타겟이 타다로 쏠리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타다 측은 본인들의 플랫폼에 택시를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공급과 모빌리티 논란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 앞으로의 전개 방향은?

택시업계가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했지만 여전히 택시업계는 카풀을 무조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짧은 시간 내에 대타협이 이루어지거나 결론이 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사회적 관심의 집중은 몇 개월 이상 지속되기 쉽지 않은 만큼 카풀은 이미 사회적 이슈로서의 동력은 잃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따라 정부에서는 택시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우선 택시를 활용한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카카오와 티맵 택시가 택시를 주제로 한 변화를 이끌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될지, 모빌리티 시장에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지 모르며, 기존의 풀러스나 타다가 어떤 전략적 움직임을 보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건 앞으로의 6개월간이 우리나라 모빌리티 업계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입니다. 이 시기를 어느 업체가 어떠한 전략으로 주도하는 지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일 것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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