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한국인 레이서를 만들어야 한다

[최홍준의 모토톡] 모터사이클의 역사는 모터사이클 레이스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자동차도 그랬지만 자신들이 만든 기계의 성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이 만든 것들과 비교를 해야만 했고 그것이 레이스가 된 것이다. 비단 모터스포츠뿐만 아니라 승마, 자전거, 달리기 등 인간은 항상 경쟁을 통해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기간 모터사이클 레이스가 열려왔다. 1970~80년대에는 장충 체육관내에서 더트 트랙 레이스가 열리기도 했고 모터크로스 경기가 TV로 중계될 만큼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프로야구를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의 프로팀이 생겨나고,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으로 모터사이클 레이스는 점차 잊혀 갔다. 당시 모터크로스 경기용 모터사이클이 대부분 일본 브랜드 제품에 정식 수입허가가 나지 않았던 모델들이 많아 반일 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1990년대 말, 경기도 용인에 생긴 스피드웨이에서 최초의 모터사이클 로드레이스가 열리게 되면서 국내에서도 정기적인 로드레이스가 생겨났다. 2002년 강원도 태백에 태백 준용서킷이 완공되면서 본격적인 로드레이스 역사가 시작됐다.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메인스폰서로 붙고 지상파를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서킷 소유권에 대한 분쟁이 일어나 경기를 할 곳이 없어지고 경기를 주관하던 대한모터사이클연맹이 분열되면서 흐지부지 로드레이스의 맥이 끊어져 버렸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인제 스피디움 서킷과 영암 인터내셔널 서킷이 생기면서 다양한 자동차 레이스가 개최되고 모터사이클 레이스도 다시 열리게 되었다. 물론 협회의 문제나 프로모터의 변경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그 명맥은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국내 레이스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조금 자리를 잡아간다 싶으면 문제가 생겨 개최가 중단되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권이었다. 어떤 사업이든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기본 틀이지만 눈앞의 이득만 쫓다보니 주최하는 곳이나 참가하는 사람들 모두 만족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관중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관심조차 없었다. 심지어 모터사이클을 타는 일반 라이더조차도 경기에 별다른 관심을 드러내지 않기도 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스타성 있는 선수가 부족한 것도 있었고, 경기의 내용이나 과정이 부실했던 것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인구조차도 부족한 상황에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슈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꾸준히 레이스를 이어갔던 협회와 프로모터, 팀과 선수층이 쌓여 이제는 제법 인지도도 생기고 외국의 경우처럼 스폰서십도 체결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제는 제법 서킷에 사람이 모이고 있다. 경기를 주최하는 곳도 많아지고 서킷 이벤트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모터사이클 제조사인 KR모터스에서 ‘2019 KRAC'를 주최한다고 발표했다. KRAC는 ‘KRmotors Asia Challenge’의 약자로 경쟁력을 갖춘 국내 모터사이클 레이서를 육성하기 위한 대회이다. KR모터스는 공통된 레이스 머신과 미케닉을 지원해 선수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기본기 없이 대배기량 모터사이클로 하는 레이스만 지향하기 보다는 바닥부터 닦아나가는 레이스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모터스포츠는 많은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어야 성과가 나오는 스포츠이다. 무조건 대회만 열어 경쟁만 한다면 그 발전 속도는 무척 더디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30년 가까이 그렇게 해봤다. 그 결과로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은커녕 대회의 지속성조차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로드 레이스는 제자리걸음만 반복해 왔다. 체계적으로 라이더를 훈련시켜 기량을 쌓게 하고 또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실력을 입증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선수를 세계 대회에 내보내야 한다.



다른 스포츠 세계에서는 당연하게 해왔던 것이지만 우리나라 모터사이클 레이스에서는 이제야 제대로 된 시작을 하려고 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가 앞장서 레이스 문화를 이끌어가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시도가 처음은 아니었고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문제를 반복해서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도 안 될 것이라고 부정을 하기 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응원을 해야 할 때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체계적인 훈련과 지원,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이 세계적인 스타 선수를 만들어낸다. 대한민국에서 피겨와 골프 월드 스타가 나올 것이라고 누가 예상은 했었나. 모터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타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 최홍준 (<더 모토> 편집장)

최홍준 칼럼니스트 : 모터사이클 전문지 <모터바이크>,<스쿠터앤스타일>에서 수석기자를 지내는 등 14년간 라디오 방송, 라이딩 교육, 컨설팅 등 여러 활동을 했다. <더 모토> 편집장으로 있지만 여전히 바이크를 타고 정처 없이 떠돌다가 아주 가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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