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도 미들 클래스 활성화가 해답이다

[최홍준의 모토톡] 우리나라 경제의 대표적인 문제점 중 하나, 중산층의 줄어들고 있는 것. 가뜩이나 중산층의 절대 숫자가 적은 우리나라는 자영업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중산층 비율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곧 소득 불균형을 야기한다. 나라 경제의 허리를 지지하는 중산층이 두터워야 상위, 하위계층이 모두 단단해 질 수 있지만 중산층의 붕괴는 경제 양극화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나타내는 의미에서도 우리나라 중산층은 약하다. 이는 그대로 모터사이클 시장에서도 드러난다.

국내 시장은 미들급 네이키드의 무덤이라 할 정도였다. 저배기량을 대표하는 125cc모델과 레저용 모터사이클의 상귀 클래스인 1000cc 이상의 모델들은 잘 팔리는데 비해 중간층인 400~800cc급의 판매는 기형적으로 적었다. 이는 용도에 따라서 달라졌던 것도 있지만 타려고 해도 적당한 모델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대형 모터사이클이 수입산의 영역이었다면 미들급은 국산 모델도 승산이 있었다. 650cc 모터사이클 엔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던 KR모터스(당시 S&T모터스)가 미라쥬650과 코멧650을 발매했지만 품질문제와 후속타가 없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125cc의 스쿠터나 매뉴얼 모델들은 상용으로 사용되거나 젊은 층의 레저 수단 혹은 이동수단으로 사용이 많기 때문에 전체 판매고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거나 소비심리가 위축되던 때에도 1000cc 이상의 레저용 모터사이클의 수요가 급감한 적은 없었다. 이는 다양한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차피 레저에 투자를 하는 이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라이딩 경력이나 모터사이클의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사고 싶은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경제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구지 저렴한 모델을 찾거나 낮은 배기량으로 시작해서 차근차근 올라갈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초보자라고 하더라도 가장 좋은 모델을 선택해서 시작을 할 수 있었던 것. 그중에는 실리를 따져 낮은 배기량부터 시작하려고 해도 적당한 모델이 없어서 그냥 최고사양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다.

타려고 해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좁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미들클래스 모터사이클의 대표 기종이 BMW의 F 800 시리즈, 두카티의 몬스터 821 정도였다. 가격은 이미 일본제 브랜드의 1000cc 가격이었던 이 유럽제 브랜드가 미들클래스라고 불렸던 것이다. 배기량 자체만으로는 미들클래스가 맞는다고 할 수 있지만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의 중간층은 아니었던 것이다. 한때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던 400cc 클래스는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가 없었고 600cc 들도 거의 없었다.



그나마 최근에는 쿼터 클래스라고 하는 250~400cc 미만의 모델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미들클래스라고 분류되기 보다는 레저용 모터사이클의 엔트리 클래스로 상향평준화 되어 버렸기 때문에 허리를 담당하지 못한다.

이는 선택할 수 있는 기종의 문제도 있었지만 한국인 특유의 허례허식에서 비롯된 이유도 크다. 남들의 눈을 너무 의식하다보니 실력이나 상황에 맞지 않게 고사양의 모델만 고집하는 것. 이른바 ‘장비병’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실력은 초보자지만 장비만큼은 프로 선수 못지않은 것들을 쓰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무조건 이런 취향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되도록 저배기량부터 차분하게 올라갈 것을 권장한다. 외국에서는 법적으로 면허 취득 기간에 따라 배기량이나 최대 마력을 제한하는 곳이 많다. 이것은 안전을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125cc 이상은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딸 수 있는 2종 소형 면허 한 가지로 모든 배기량을 탈 수 있기 때문에 면허 체계부터 수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리적인 사람들이 미들 클래스를 타고 싶어도 선택의 폭이 좁았다. 이것은 수요가 없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유통되던 모델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10년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라이더들이 실용성과 편의를 위해 미들클래스로 내려가는 경우가 생기고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모델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무조건 대배기량만을 찾기 보다는 실리적이면서도 충분한 출력과 디자인을 가진 미들 클래스의 가치가 다시 평가 받을 시간이다.

어느 시장이나 중간이 탄탄해야 한다. 그러려면 평균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안전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을 탄다고 해서 좋은 문화는 생겨나지 않는다. 밑바닥부터 쌓아올리는 문화, 모터사이클도 미들 클래스가 해답이다.

칼럼니스트 최홍준 (<더 모토> 편집장)

최홍준 칼럼니스트 : 모터사이클 전문지 <모터바이크>,<스쿠터앤스타일>에서 수석기자를 지내는 등 14년간 라디오 방송, 라이딩 교육, 컨설팅 등 여러 활동을 했다. <더 모토> 편집장으로 있지만 여전히 바이크를 타고 정처 없이 떠돌다가 아주 가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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