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나 벤츠는 되고 쌍용차는 안 된다는 편견

[전승용의 팩트체크]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첨단사양 등 자동차의 기본적인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디자인은 그 어느 때보다 차량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브랜드’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어쨌든 디자인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브랜드가 만드는 차종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각 브랜드들은 ‘패밀리룩’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수십 가지나 되는 모델을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만드는 것은 너무도 힘들고 돈이 많이 드는 작업입니다. 특히 요즘은 세단뿐 아니라 SUV까지 쿠페 버전을 내놓으며 라인업을 촘촘히 메우고 있는 형편이니 브랜드 내의 디자인 차별화는 더욱더 어렵게 됐습니다.



쌍용차가 최근 내놓은 신형 코란도의 디자인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긍정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부정적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이야기는 대부분은 티볼리와 비슷해 차별성이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댓글이 달렸습니다.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다른 브랜드의 패밀리룩에는 뭐라고 하지 않으면서 왜 쌍용차의 패밀리룩만 비판하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꽤 있네요.

‘투싼인가? 싼타페인가? 이런 건 문제없고..’라던가 ‘왜 BMW 3인가 4인가 5인가 6인가 이러고 벤츠 C인가 E인가 S인가 차별성 없는 이라고 말해보지 그래~’라는 댓글이 눈에 띕니다.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의 생각도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1990년대 유행하던 정통 SUV 스타일의 쌍용차 디자인을 되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SUV 전문 브랜드치고는 최근 나온 SUV 디자인이 모두 도심형 크로스오버 SUV라는 아쉬움도 납득할만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1990년대가 아닙니다. 뉴 코란도가 유행하던 시대와 지금은 엄연히 다른 시대입니다. 쌍용차가 뉴 코란도의 부활을 외치며 비슷한 디자인의 SUV를 내놓는다고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시대에 뉴 코란도 스타일의 SUV는 틈새시장 공략 모델에 불과합니다. 기사에 나온 스즈키 짐니를 비롯해 비슷한 스타일의 도요타 FJ크루저 등은 모두 틈새를 노린 니치마켓용 모델입니다. 당장 많은 차를 팔아서 회사를 살려야 하는 쌍용차가 과연 이런 디자인의 차를 만들까요? 그것도 매스 마켓을 지향하는 쌍용차가요? 안 만들고 안 파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쌍용차가 티볼리 디자인을 신형 코란도에도 적용했을까요? 이유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티볼리가 디자인을 앞세워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죠. 성공한 디자인을 굳이 바꿀 필요는 없겠습니다.



특히, 티볼리 디자인은 신규 소비층으로 대두된 여성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모았습니다. 티볼리 구매자 중 여성 비중은 60%에 달할 정도로 높죠. 여기에 남성이 구매해 여성이 타고 다니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더 늘어날 듯합니다. 많은 케이스는 아니지만, 제 주변 여성들에게 ‘티볼리가 왜 좋냐?’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예뻐서'라고 대답합니다. 티볼리를 구매하든 구매하지 않든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티볼리는 2017 다음자동차 검색어 순위 ‘여성이 가장 많이 검색한 차’ 1위에 올랐습니다. 2018년에도 4위로 여전히 높은 인기를 모았고요. 티볼리가 처음 나온 게 2015년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관심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쌍용차는 바꿀 이유도, 바꿀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심 티볼리 디자인에 대한 여성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신형 코란도까지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랐을 겁니다. 뭐, 남성들이야 워낙 코란도와 렉스턴에 대한 충성도가 높으니 큰 문제없이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또는 커버할 것이라 기대했겠죠.

지금이야 티볼리 덕분에 ‘준중형’으로 신분 상승을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란도는 엄연히 ‘소형’ SUV로 분류된 모델입니다. 아마 티볼리-티볼리 에어-코란도로 이어지는 탄탄한 엔트리 SUV 라인업을 만들어 더 많은 여성 소비자들을 흡수하려 했을 겁니다. 이들이 잘 돼야 코란도와 G4 렉스턴 사이를 메울 새로운 중형 SUV도 문제없이 만들 수 있을 거고요.



쌍용차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현대차 생각이 나네요. 아반떼-쏘나타-그랜저로 이어지는 현대차의 세단 라인업은 기본적인 디자인 언어를 이어가면서도 각 모델에 따른 차별화를 확실히 주는 패밀리룩 입니다. 그래서 따로따로 보면 연관성이 별로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함께 모아놓으면 세 모델을 관통하는 공통의 디자인 요소가 확연히 보입니다. 코나-투싼-싼타페-펠리세이드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패밀리룩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 물론,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가 중요한 문제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가치를 올리는 데는 어떤 패밀리룩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되시나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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