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행보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자동차 회사들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또 특정 모델의 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럭셔리 혹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자신들의 이름에 어울릴 만한 스포츠나 예술 활동을 주최하거나 후원하며, 양산 브랜드 역시 폭넓은 고객과의 만남을 위해 그에 못지않은 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역시 돈이 문제다.

잘 벌고 많이 버는 제조사들은 그에 맞는 홍보 전략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지만 살림살이 빠듯한 브랜드는 제한된 비용으로 좋은 결과를 내야 하니 그만큼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쌍용자동차 같은 경우 후자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유럽에서의 위치가 그렇다. 판매량은 적고 브랜드 인지도 역시 상대적으로 낮다.

벌어들이는 게 적으니 지출할 수 있는 경비도 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홍보를 게을리 할 수는 없는 노릇. 남들처럼 거액을 들여 화려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이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상황에 맞는 홍보 전략이 필요한데, 요즘 쌍용자동차가 독일에서 펼치는 마케팅이 그래 보인다.
 

 

 

◆ 동물 구호단체와의 인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처 헨도르프(Henndorf)에는 굿 아이더비흘(Gut Aiderbichl)이라는 단체의 본사가 있다. 2001년에 만들어진 동물 구조 재단으로 유럽에서는 제법 알려진 곳이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그리고 독일의 6개 지역(주로 지방)에 마련된 보호소에는 현재 6천 마리의 각종 동물이 지내고 있다.

개와 고양이부터, 돼지, 염소, 소와 같은 가축과 말과 원숭이 등, 학대받거나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동물들이 구조되어 이곳으로 온다. 쌍용자동차와 이 단체의 인연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이본’이라는 이름의 암소 한 마리를 생포하는 작전(?)이 펼쳐졌다. 방목하던 소가 우리를 탈출한 것이다. 수개월을 떠돌았고 계속 방치되면 사살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소식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힌두교 국가인 스리랑카와 인도까지 나서 사살해선 안 된다며 생포를 요청했다. 결국 굿 아이더비흘이 나섰다. 한 농부의 신고로 이본의 위치를 파악했고 드디어 생포 작전이 진행됐다. 이 장면을 담기 위해 여러 방송국에서 현장에 나왔다. 트랙터까지 동원해서야 겨우 가축 운반용 트레일러에 이본을 실을 수 있었다. 암소는 안전하게 굿 아이더비흘의 보호소 한 곳으로 옮겨졌고, 트레일러를 끌고 가던 렉스턴의 모습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소개됐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굿 아이더비흘이 사용했던 렉스턴이 거의 수명을 다한 것이다. 주행거리는 18만km를 넘겼고, 새로운 자동차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사실을 안 쌍용 독일 법인 측에서 작년 여름 유럽에 출시된 픽업 무쏘(독일에서는 렉스턴 스포츠가 아닌 무쏘로 팔린다)를 기부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추가로 렉스턴 역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쌍용자동차가 잘한 것은 굿 아이더비흘에게 픽업을 일회성 이벤트로 제공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쌍용 독일 법인은 이 동물 구조 재단의 활동에 필요한 차량 지원을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큰 유럽에서 이런 동물 보호 단체와 연결된 것은 자동차 제조사에 도움이 되면 됐지 나쁠 게 없다. 특히 이처럼 잘 알려진 단체와 파트너십을 이어가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 재고에도 도움이 된다.

 

 

 

 

 

 

◆ 효율적 승마 마케팅

독일에서 쌍용은 4년째 분데스참피온나트(Bundeschampionat)의 공식 후원사로 활동 중이다. 승마 신예 유망주들과 5~6살짜리 말과 조랑말들이 짝을 이뤄 마장마술, 장애물비월, 종합마술 등의 경기를 펼치는 이 대회는 1976년부터 시작됐으며 작년에는 4만 명의 방문객이 대회를 찾았다.

쌍용자동차는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 자신들의 모델을 홍보했으며, VIP 셔틀용으로 일부 모델이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조련사이자 여러 차례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우타 그라프를 홍보 대사로 내세워 쌍용자동차를 알리기도 했다. ‘얼마나 홍보가 될까?’ 싶기도 하지만 독일에는 정기적으로 말을 타는 인구가 150만 명이 넘으며, 승마 대회가 열리면 관람하거나 TV로 시청하는 사람의 수가 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아우토반에서는 트레일러에 말을 싣고 달리는 자동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의 말 사랑은 조금만 독일에 살아보면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쌍용자동차가 이런 대회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브랜드를 알리는 것은 할 수만 있다면 쭉 이어가야 한다.

쌍용은 SUV 전문 브랜드다. 앞서 소개한 동물 구조 재단이나 승마 대회 후원 등은 쌍용자동차 캐릭터와 무관하지 않다. TV나 지면에 광고를 낼 수 없고, 비싼 대회를 후원하거나 이슈가 될 만한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쌍용 입장에서는 현실적이며, 동시에 브랜드 색깔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입소문을 타고 쌍용을 찾는 일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독일에서 쌍용의 홍보 전략은 나쁘지 않다.

 

 

 

 

 

 

가끔 독일 도로에서 쌍용 모델들을 보게 되면 반갑기도 하고 뭔가 짠한 느낌도 든다. 몇 번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을 거치며 해외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을 펼치지 못했고, 그 결과 판매량은 크게 줄었다. 한때 유럽에서 연 3만 대 이상 팔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금도 변변한 직영 대리점 하나 없이, 제대로 된 광고 지원도 없이 분투하고 있다. 모터쇼? 차라리 모터쇼를 포기하고 대신 그 비용을 이런 현지화 마케팅에 투자하면 어떨까? 브랜드 알리기에 무엇이 더 필요한지 고민해볼 때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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