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6GT vs 메르세데스-AMG GLC 43 쿠페

[김종훈의 이성과 감성 사이] 자동차 한 대가 모든 상황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애초 성립할 수 없는 조건이다. 자동차는 엄밀히 말하면 도구다. A에서 B로 이동하는 도구. 장르와 상황,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도구가 필요하다. A에서 B로 이동한다는 건 동일하지만, 그 안에서 느낄 감흥이 다르다. 하지만 이런 자동차는 있다. 모든 상황은 무리지만 다채로운 성격으로 다양한 상황을 만족시키는 자동차. 전기 모터 단 하이브리드 말고, 서너 장르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캐릭터.

성격 하나가 뾰족할수록 그 자동차가 매력적인 건 맞다. 각 장르에서 긴 세월 군림하는 모델들이 증거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하나로 만족할 수 없다. 여러 대 사서 돌아가며 타면 좋겠지만, 극소수의 유희로만 존재한다. 해서 이것도 저것도 다 잘하는 자동차가 등장했다. 보통 이런 콘셉트는 이도 저도 아닌 자동차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술과 고급스러움으로 함정을 가뿐히 피한 두 자동차가 있다. 해서 가격은 좀 나간다.



BMW 6시리즈 그란 투리스모(6GT)와 메르세데스-AMG GLC 43 쿠페다. 왜건을 차용한 세단과 쿠페 형태를 취한 SUV. 언뜻 봐선 서식지가 다른 모델로 보인다. 크기 차이나고 장르 다르다. 하지만 둘은 이것도 저것도 만족시킬 전략으로 탄생한 모델이다. 둘의 연결고리는 ‘그란 투리스모’다. 장거리를 빠르게 달리는 데 적합한 자동차인 GT로서 둘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공통점이 둘을 같은 선상으로 불렀고, 차이점이 둘 사이를 비교하게 했다.



◆ 왜건을 차용한 세단의 정점, BMW 6GT

BMW 6GT는 세단을 기반으로 변화를 꾀했다. 전작 5GT에서 시작됐다. 5GT는 여러모로 반응이 있었다. 다소 뭉툭한 외관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용도와 성능에선 찌푸린 눈살이 절로 펴졌다. 세단의 중후함과 왜건의 실용성으로 뼈대를 짰다. 아쉬울 거 없는 성능과 실내 품질로 살을 붙였다. 덕분에 왜건을 꺼려하는 국내 시장인데도 주목받았다. 7시리즈는 부담스럽고 5시리즈로는 만족할 수 없는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6GT는 5GT의 단점을 제거했다. 뭉툭한 외관을 늘리고 낮춰 안정적인 비율로 빚었다.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에도 보다 강렬하게 음영을 넣었다. 짐칸이 넉넉하기에 어쩔 수 없이 두툼해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꽤 강렬해졌다. 이제는 좋은 억양으로, 달라 보이는 자동차가 됐다. 그러자 5GT에서부터 이어온, 아쉬울 거 없는 성능이 더욱 또렷해졌다.

본래 5GT는 지극히 이성적인 파생 모델이었다. 세단으로서 격식을 놓치지 않으면서 공간 활용성도 확보했다. 그러니까 어른 모시기에도 충분하고, 짐 다 싣고 떠나는 여행에도 적합했다. 거기에 6GT는 외관까지 말쑥하게 재단장했다. 단점을 걸러내자 장점이 더욱 돋보였다. 5에서 숫자 6으로 높이며 등급에 맞는 배지도 달았다. 6GT를 패밀리카의 종착지 중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물론 좋아진 만큼 가격도 올랐지만.



◆ 멋과 성능 모두 품은 SUV, 메르세데스-AMG GLC 43 쿠페

AMG GLC 43 쿠페는 새로운 모델로서 주변을 환기했다. GLK가 GLC로 바뀌면서 우아해진 디자인에 많은 사람이 주목했다. 쿠페형을 출시할 땐 더 많은 사람이 주목했다. 벤츠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SUV라는 장르에서 어떤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이었다. 디자인만으로 소유욕을 자극하는 자동차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GLC 쿠페는 디자인하기 쉽지 않은 SUV를 SUV이기에 더 매력적인 선으로 그려냈다. 한계가 있었기에 더 돋보였다.



GLC 쿠페에 AMG의 심장을 장착한 모델이 AMG GLC 43 쿠페다. 더 많은 사람을 주목시킨 외관에 운전자를 집중시킬 AMG의 특징까지 더했다. SUV의 활용도를 바닥에 깔고 갖가지 즐길거리를 쌓아올린 셈이다. 굳이 그럴 것까지 없지만, 굳이 그랬기에 더 풍요로워졌다. SUV에 더 매끈한 선을 그렸고, SUV에 고성능 엔진을 심었다. 출력과 맞물린 AMG의 소리 또한 곁들였다. 그냥 SUV가 독보적인 매력을 품은 SUV로 탈바꿈했다.

AMG GLC 43 쿠페는 SUV의 장점은 물론, 고성능 자동차의 짜릿함도 즐길 수 있다. 물론 스포츠카의 예리함은 기대하면 안 된다. 대신 풍성한 출력이 장거리 달릴 때 한층 쾌적하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AMG GLC 43 쿠페는 6GT와 같은 영역에서 각기 다른 즐거움을 준다. 6GT보다 장소를 가리지만, 그만큼 더 활달한 영역에서 자유롭다. 6GT보다 공간이 넉넉하진 않지만, 대신 달릴 때 더 흥미롭다. 6GT와 AMG GLC 43 쿠페의 차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김종훈 칼럼니스트 : 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남자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것들에 관해 글을 써왔다. 남자와 문화라는 관점으로 자동차를 다각도로 바라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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